숲의, 숲에 의한, 숲을 위한 삶…이제 세계 산림에 헌신한다

7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유엔식량농업기구 본부에서 산림위원회 의장수락 연설을 하고 있는 신원섭 의장.
사진 / 김홍균

신원섭(59)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가 전 세계 산림을 총괄하는 수장에 올랐다.

그가 대한민국 산림청장(4년 6개월)으로 재임하면서 ‘산림복지’ 등 한국의 ‘산림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끈 업적과 성과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griculture Organization:FAO)산림위원회(Committee on Forestry:COFO)는 지난 7월 20일 세계 160개국 산림 분야를 총괄하는 의장에 그를 선출했다.

“전쟁으로 산림환경이 파괴된 한국이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산림 복원 성공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한국의 산림 역사는 경제·사회적 발전과 함께 병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숲이 휴양과 건강, 복지까지, 그리고 평화를 위한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뤄낸 위상에 걸맞게 세계 산림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신 교수는 25차 FAO 산림위원회 의장 수락연설에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원한 한국의 산림혁명을 세계로 전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임 의장의 수락연설 모습을 지켜보던 세계 160개국 산림 전문가들은 기대와 희망을 담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유엔기구 가운데 가장 크고 회원국이 많은 FAO 산림위원회는 세계 산림과 관련된 문제를 검토, 해결하고 유엔 차원의 산림분야 중장기 프로그램 마련과 권고 사항을 합의하는 곳이다.

임기 2년의 FAO 산림위원회 의장은 아시아·태평양, 서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북아메리카 등 6개 지역별로 순환 선출하게 되며 역대 의장들은 대통령, 농림·환경·농업·산림부 장·차관 등 고위급 관료 출신들이다.

그는 역대 30명의 산림청장중 두 번째로 오랜 기간 재직(2013년 3월~2017년 7월)했다.

지난 반세기 한국의 산림역사는 황폐화된 국토를 복원하는 ‘녹화사업’에서 출발해 ‘산림복지’를 법률로 제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산촌에서 나고 자라면서 숲이 지닌 매력에 이끌려 학자가 되고, 관료가 되고, 나아가 세계 최고 책임자로 나타난 그를 지난 6일 충북대 농업생명환경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입가에 스민 온화한 미소는 방문객의 낯가림을 금세 날려주었다. 그 미소를 인터뷰 하는 1시간동안 자주 볼 수 있었다.

“모태母胎.” 한음절의 ‘숲’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숲은 어떤 존재인가요.

“숲은 한음절로 불리지만, 지니고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죠.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이죠. 인류의 영원한 고향인 것이죠.”

산림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있는지요.

“산촌에서 태어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내 결에는 항상 숲이 있었어요. 눈 뜨면 맨 먼저 보이는 산은 무한한 상상력을 전해준 것 같습니다. 산은 놀이터이자 놀이기구가 되어줬고, 친구 같은 존재였죠.”

나무가 주요 연료이자 땔감으로 사용하던 시절이라 할아버지가 시키는 ‘나무감시원’ 역할도 했다고 했다.

한국이 유엔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의장국인 된 것이 처음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산림복원성과는 세계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한국 산림역사의 성과가 인정받고 있는 셈이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산림위원회는 어떤 일을 합니까.

“FAO는 유엔 전문기구중 1945년 10월에 최초로 설립됐는데 산림, 농업, 식량, 해양 등 세계 식량 안보 및 농촌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산림위원회는 세계 나라의 산림을 보존·복원하고 사막화를 방지하는 등 산림분야의 모든 것들을 토론하고 의결합니다.”

임기가 2년인데 하고 싶은 일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분야가 보건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꿔서 세계적으로도 내세울만한 울창한 숲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기술과 복지정책들을 개발도상국에게 전파시켜 세계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산림을 만들어 내는 일을 중점적으로 제안 하려고 합니다.”

산림청장 재직시 많은 일을 하셨는데 2021년에 열리는 15차 ‘세계산림총회’ 한국유치는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인정받는 성과물로 평가 받더군요.

“세계산림총회유치는 한국이 산림강국임을 인정받고 관계자들의 하나 된 힘으로 이뤄낸 쾌거입니다.”

어떤 대회인가요.

“환경 분야의 올림픽 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FAO 주관으로 6년마다 열리는데 2012년 서울대회는 160개국에서 1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산림분야 정책관계자, 연구자, NGO들이 산림분야의 각종 문제를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이들이 지난 50년간 만들어낸 한국의 산림역사를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2013년 산림청장에 부임하면서 장기간 지속해온 녹화사업 등 가시적인 정책에서 도시숲을 비롯한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 하셨지요?

“잘 가꾸어진 산림을 이제 국민들에게 돌려줄 때가 된 거죠. 그래서 산림을 가지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하는 정책을 펴왔습니다. 과거에는 산림을 아주 단순하게 경제적 자원으로만 보는 수준에 머물러 왔습니다. 산림산업을 극대화 하고 많은 상품 개발과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이고 ‘산림복지진흥원’도 탄생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산림복지를 진흥할 수 있고 산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기관입니다.”

한국수목원 관리원도 만드셨죠.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은 광릉과 최근 만들어진 세종, 경북봉화에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을 운영,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목유전자원의 보전·자원화뿐만 아니라 산림 전반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죠.”

정원 제도는 무엇입니까.

“국립공원 같은 개념으로 국가에서 정원을 지정, 관리하는 제도인데 순천만국가정원이 제1호입니다. 정원은 특정부분에만 활용되는 자원이라고 인식돼 왔는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서 즐길 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많은 경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산림과 관련된 전문 직종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산림복지의 주요정책 입니다. 산림일자리 창출 추진단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마련했는데 산림치유지도사, 유아숲지도사 등 새로운 전문 자격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산림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임업경영 인력을 양성하고, 현장전문 기능일자리 확대를 위해 임업기계 오퍼레이터 양성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것이 보람입니다. 과거에는 산림직종이라고 하면 벌목이나 나뭇가지치기 등 육체노동 위주의 일자리였는데 전문직 복지관련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다양한 직종을 만드셨는데 그 중 ‘나무의사’가 눈에 띄는 군요.

“의사가 아픈 사람을, 수의사가 동물을 치료하듯 이제는 나무에 문제가 생기면 ‘나무의사’가 치료하게 됩니다. 나무의사가 되려면 산림청에서 지정한 충북산림환경연구소와 충남대 등 10개의 양성기관에서 필수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직업인으로 일하게 됩니다.”

나무의사 자격은 양성기관에서 150시간 필수교육을 이수하고 내년 초에 시행될 예정인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나무병원에서 1년 이상 종사한 수목보호기술자, 식물보호기사·산업기사 자격증 소지자는 시행일로부터 5년 동안 나무의사 자격이 인정된다. 앞으로 본인 소유의 수목을 직접 진료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수목 피해를 진단·처방·치료하는 진료행위는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를 보유한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산림을 효율적으로 보호하고 관리·육성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산림 면적 63%인 한국은 OECD 국가 중 4위로 세계적인 산림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그중 사유림이 67%나 차지합니다. 그런데 소유면적이 소규모인데다 문중산이 많아 효율적으로 관리, 경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더구나 산주들 대다수가 도시에 살면서 관심이 없는데다 방치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산림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깊을 산에 들어가서 열심히 가꾸는 것도 좋지만, 도시화율이 90%가 넘는 우리나라에서 집 근처에 갈만한 도심 공원 자체가 부족 합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림을 많이 만들어야 되는데 쌈지공간이라도 숲을 조성해 도시숲을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산에는 자주 올라가는지요. 가족하고 갑니까?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숲 아닙니까. 아들과 딸은 외지서 직장생활하느라 함께 하지 못하고 아내(하미정·56)와는 가끔 같이하지만, 주로 혼자 갈 때가 많은데 행복을 느낍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동네뒷산을 갑니다.”

어떤 행복을 느끼는지요.

“운동의 즐거움도 전해주지만, 자연과 교감하고 공감하는 정신적 치유를 해주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훨씬 크거든요. 숲에서 나무와 야생동물, 여러 생물들이 함께 공조하며 조화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보게 되지요. 숲은 고적감과 프라이버시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로 특별히 가치 있는 곳입니다. 라디오나 음악을 크게 틀면서 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은군이 산림을 활용해 여러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데 산림청의 지원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정상혁 군수께서 산림학을 전공 하셔서 그런지 산림정책의 초점을 복지에 두고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협력을 잘하고 있습니다. 많은 지자체들도 산림과 관련된 일들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어 머지 않아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겁니다.”

학교 강의도 하는지요.

“그럼요. 산림위원회 의장은 상임 직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가 있을 때만 로마에 가서 일하는 체제로 되어있습니다. 충북대학교에 신림치유대학원이 있는데 대학원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산림치유학과’인데 산림학과교수 뿐만 아니라 의대, 체육학, 영양학 전공 교수들이 함께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개설돼 현재 150명이 석·박사 과정을 하고 있고요. 산림이 갖고 있는 치유의 기능을 연구·발전시키는 학문입니다. 산림치유학과는 세계적으로 유일합니다.”

산림복지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성 질환이 급증하면서 이미 우리 일상에는 둘레길, 올레길, 등반,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욕구로 넘쳐나고 있죠. 이에 따라 숲태교부터 숲유치원, 숲체험, 휴양, 요양, 치유, 산악레포츠, 야영, 트레킹, 수목장에 이르기까지 연령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산림 자원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새롭게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숲들은 선배들이 일구어 낸 땀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숲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숲이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까지도 연결시키는 자원이 돼야 합니다. 외국에서도 그렇지만 부주의나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로부터 산림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그는 의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남북문제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북한의 녹화사업을 비롯해 산림자원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160개국 회원국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글·동양일보 이사 / 충청의약뉴스 편집인



■ 신원섭 유엔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 의장은…

⁎ 1959년 충북 진천군 이월면 신계리 출생

⁎ 1985년 충북대 임학과 졸업, 케나다 뉴브린즈윅대(임학석사), 토론토대(임학박사)

⁎ 1993년~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 1996~97년 미국 아이다호대 방문교수

⁎ 1999~2003년 한국산림휴양학회 편집위원장

⁎ 2003~04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방문교수

⁎ 2011~12년 한국산림휴양학회장

⁎ 2013~17년 30대 산림청장

⁎ 2018~ 유엔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 의장

* 이메일 : shinwon@chungbuk.ac.kr



* 저서 <야외휴양관리> <숲의 사회학> <치유의 숲>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등 다수

* 수상 : 한국임학회 저술상(1999), Cambridge Bio Centre 등재(1999),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2회 등재(1999~2000), 한국산림휴양학회 학술상(2003), 한국산림휴양학회 저술상(2007) 한국임학회 학술상((2008). 19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2009), 대한민국산림환경대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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