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학대는 타인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비인간적이며 비인권적인 것이다. 학대는 대체로 강자가 약자에 대해서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대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당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복지발달사를 봐도 학대받는 계층은 힘없고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지위가 미천한 사회적 약자들이 대부분이다.

사회복지영역에서 사회적 약자하면 떠오르는 계층은 장애인, 아동, 노인이다.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인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받는 등 부당하게 대우를 받아도 신체적·정신적 한계로 말미암아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당한 대우는 횡포나 학대로 전개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장애인들은 감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시설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보도는 이런 현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동의 경우 그동안 부모에게 부속되거나 인격이 미비한 존재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즉 아동의 경우 인지능력이나 의사결정에 있어 미약한 부분이 있어 적절한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개별가정의 문제 또는 가정교육상 방법의 차이로 치부하고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동도 동등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인권과 행복권을 지닌 자로 존중받아야 한다.

한편 노인의 경우 젊은 시절 사회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존중받아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고 일정한 수입이 없으며 건강하지 못하거나 힘이 없는 노인은 오히려 일상에서 차별받기 쉽다. 노인학대도 이러한 기반에서 출발한다. 학대피해노인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연도별 학대피해노인의 생활수준을 살펴보면 매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비율이 증가 추이에 있으며 소득 없음의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빈곤한 학대피해노인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먼저 제기되었고 이러한 노력이 국내에 영향을 미쳐 관련법에서 학대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고 처벌규정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복지법과 아동복지법 및 노인복지법에서 학대문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은 취약하였다. 아동학대와 노인학대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국가에서 보호전문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나 장애인의 경우 2017년에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설립된 것이 그 예이다. 반면 아동의 경우 아동 쉼터 지정이라든가 특례법 제정, 가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 적용 및 학대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가장 엄격하게 학대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학대는 그 속성상 사회복지영역보다는 사법기관을 중심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문제이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예방과 대응방식은 사회복지의 실천적 영역이기도 하다. 현재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문제는 사회복지적 접근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이는 관계법규를 통해서 보장되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그런지 학대를 인권이나 생존권차원의 문제로 보고 즉각적으로 위기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식은 낮은 것 같다. 따라서 향후 법규상 미비한 내용을 보완하고 실천현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여 장애인과 아동 및 노인의 학대예방을 통해 이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문이나 방송 및 SNS 등을 통하여 학대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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