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대전과 충남 논산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했다는 ‘스쿨 미투’ 폭로가 잇따라 터져 파문이 일고 있다.

13일 SNS에 만들어진 '대전 A여고 공론화 제보정리' 페이지에는 이 학교 교사 B씨가 수업시간에 "○○동을 지나다니는 여자들을 성폭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라는 등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또 이 교사는 여성의 신체 일부에 칠판에 그리고서 "남자들은 여기를 좋아한다"거나 "미투가 무서워서 학생들 때리는 것도 못 하겠다. 너무 깐깐하다"는 등 미투를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고 학생들은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다른 교사 C씨가 "가슴은 만지면 커진다.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부탁하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몇 교사가 "여자가 납치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짧은 바지"라거나 "3학년 퇴물"이라는 등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했거나 불쾌한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 학교에서 피해를 당한 여고생들이 200여명, 관련 의혹 교사만 10여명에 이를만큼 피해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다.

같은 날 SNS에 만들어진 ‘논산 B여고 미투 (제보 받아요) 페이지’에도 다소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이 네티즌은 한 여학생이 슬라임(말랑 말랑 한 장난감)을 만지고 놀자 D교사가 “어렸을 때 니네 엄마 젖가슴 못만져서 커서도 그런 걸 만지고 있니?“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E교사는 생리통 때문에 아픈 학생에게 “생리통 그거 가지고 유난 떨지마. 요새 여자들이 자궁 근육이 약하니까 그러는 거야. 자궁 근육이 강해야 애도 순풍순풍 잘 낳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역시 미투 관련 의혹 교사만 1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SNS 계정을 통해 불거진 스쿨 미투의 실태는 심각했다. 학생이 교사로부터 당한 폭력이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이나 행위가 예상외로 많았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스쿨미투를 접한 후 대처하는 교육당국의 태도다. 대전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불거진 사안에도 미숙한 대처로 공분을 사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일일이 사안을 확인하고 경중에 따라 처리해야 하지만 피해학생들의 신원을 노출하는 등 허술한 행정으로 말썽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는 성갑질 문화를 뿌리 뽑으려면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관행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하며, 특히 피해자가 학생이라면 아무리 경미한 성희롱과 성추행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