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원정투자 수요 감소할 듯…종부세 줄이려 기존주택 임대등록·증여 늘듯
대출 강화로 신규 주택구매 위축…"확실한 공급 대책 나와야"

98주년 3.1절인 1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게양된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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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13대책을 통해 전국 43개 청약조정지역 내 대출과 보유세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보유 심리를 완전히 꺾을 순 없겠지만 추가로 집을 구입해 재테크용으로 삼기에는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3일 "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종부세와 양도세 대출까지 망라한 전방위 고강도 처방"이라며 "작년 8·2대책 못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특히 이번 대책은 전세를 낀 갭투자, 원정투자, 인기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찾아 몰리는 수요 차단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동안 매수, 매도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집갑 급등세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주택자들은 청약조정지역 내 양도세 중과로 주택 매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종부세까지 최대 2배나 늘게 되면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규제에 내성이 있고, 규제가 강할수록 집값이 급등했다는 '학습효과'가 기저에 깔린 시장에서 규제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많다.

건국대 조주현 부동산학과 교수는 "2주택 이상자의 종부세 부담은 상당히 커지겠지만 어느 정도가 (집을 내놓을 만큼) 부담스러운 건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치된 기준이 없다"며 "종부세로 수천만원을 내는 경우라면 큰돈이지만 경우에 따라 집값 오르는 것에 비하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조정지역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불만도 나올 전망이다.

직방 함영진 빅테이터 랩장은 "1주택자 이상자와 전세대출 모두 강화함에 따라 전세대출 등을 유용해 갭투자에 나서는 일부 투자수요를 진정시킬 수 있겠지만, 매매나 전세 모두 여신을 강화하고 있어 자가이전이 안되는 서민의 경우도 주거비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이남수 PB팀장은 "대출과 무관하게 돈 있는 사람만 조정지역 내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며 "종부세가 강화되긴 했지만 시중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풀려 있어 부족한 자금을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경우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교수는 "징벌적 과세가 과도하면 상당한 조세조항만 불러올 수 있다"며 "대출도 실수요자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자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임대사업 등록이나 증여 등 절세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규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나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이 없지만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사업등록을 할 경우 종전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종부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2주택자만 돼도 전용면적 85㎡,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대거 임대사업등록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강남권의 임대등록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집값의 최대 80%까지 가능하던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40%로 축소한 데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 감면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한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주택 매수자들이 임대사업자 대출을 받고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 등록을 많이 했는데 이런 수요가 감소하면 주택거래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축소를 위한 부부 공동명의 전환이나 증여 등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2주택에 대한 종부세가 강화됐지만 종부세는 세대별 합산이 아닌 인별과세"라며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청약조정지역 내 증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 등 투자상품으로 여유자금이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1천100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데 주식 등 딱히 다른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일단 주택 투자가 막힌다면 상가나 꼬마빌딩, 오피스텔 등지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주 발표할 공급대책에 확실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유선종 교수는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공급과 수요 양쪽 대책에서 나와야 하는데 신규 택지 지정만으로 서울 지역의 주택수요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서울에 입주 가능한 물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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