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청주대명예교수

경악과 분노를 자아내게 했던 2014년도의 세월호 사건이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지난 9월 5일에는 의정부에서 사패산 등산로의 지반이 침하되고 6일에는 서울 동작구에서 상도유치원의 옹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 불감증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 확보 등에 대한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행정행태 또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전사각 국가라고 불려 질 판이다. 지반침하는 땅 밑의 지질과 지형을 비롯, 지하영향평가를 제대로 조사만 하였어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이다. 더구나 학교나 유치원 등은 국가 안전대진단 전수조사 대상인데다가 상도유치원은 올해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특별한 지적사항 없이 적합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상도유치원은 “붕괴위험이 있다”는 전문교수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6개월 간 5차례에 걸쳐 구청 및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였었다. 이에 대하여 구청은 교육청에 “신축공사 현장에는 감리와 현장소장 등이 상주하고(실제로는 감리지정도 되지 않은 상태) 있으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장을 달려가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은 채 문서로만 조치하는 등 책임 및 성실의무를 방기하였다. 언론 보도를 통하여, 상층부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저앉은 기둥과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유치원의 아슬아슬한 광경을 보면서 부모들은 공포 속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국민들은 행정의 무책임성에 분노를 삼켜야 했다. 만일 붕괴 사고가 원생들이 유치원에서 귀가한 밤이 아니라 활동 중인 낮에 발생하였다면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니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행정기관의 무사안일적인 자세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 현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공복의식 및 공직윤리 미약, 형식적인 안전진단, 수박 겉핥기식 점검, 민원에 대한 마이동풍적인 태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관행, 사후약방문 식 대처, 뒷북 행정, 구멍 뚫린 국가안전대진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안일무사 적 매너리즘(타성)에 분통이 터진다. 이러한 행동들은 직무유기이고 반민을 넘어 민을 배척하는 척민(斥民) 행위이다. 주인인 민(民)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공직기관 및 공직자 상이다.

국정최고책임자가 아무리 강하게 ‘안전우선’의 호루라기를 불어도, 행정안전부가 ‘안전(safety)’을 필수수칙으로 정하여 반드시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건축현장마다 ‘안전제일’이라는 팻말을 세우고 수시로 독려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사업자들의 허술한 안전의식,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비공직윤리적 행동 등이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인명 살상 등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민주국가 및 복지국가의 시계를 뒤로 가게 하는 반민행위이다. 늦게나마 국무총리가 나서서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을 무사히 철거하였으니 다행이다.

중앙정부가 공언한대로 이번 사고에 대하여 시공사와 지자체에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의 안전 확보에 대하여 태만하였거나 직무를 방기 및 유기한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하여야 한다. 법적, 행정적, 윤리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주민의 안전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하여 중한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행정안전부 또한 부처 명칭에 맞는 안전행정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부실행정책임을 지게 하여야 한다. 생명보호와 안전확보는 국가 최우선의 임무라는 점에서 빈틈없이 챙겨지게 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수반되어야 한다. 유일성(唯一性)과 한시성(限時性)을 가진 인명의 고귀함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하여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

차제에 국가의 기강과 공무원의 윤리 등이 재점검 되어야 한다. 건축법이 강화되어야 하고 준법의 생활화가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법치국가가 착근되게 하여야 한다. 누구보다 관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관의 모든 대민활동은 철저하게 표리동일, 언행일치 하여야 한다.

거듭하여 강조하거니와 다시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이 제고 되어야 하고 행정기관의 안전관리 의무가 강화되어야 한다. 사후치료적, 수비적이 아니라 사전예방적, 선제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은 ‘현장에 답이 있음’을 잊지 말고 민원이 있으면 지체 없이 달려가서 확인하고 적정 조치를 취하는 선진적인 행정상을 정립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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