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일선 유치원에 자제 당부
‘청주 음악제 학대 사건’ 이후 감소세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빼놓을 수 없는 유치원 ‘연례행사’였던 학습발표회가 폐지되는 분위기다.

교육당국도 교사와 원생 모두 심적 부담을 느끼는 학습발표회 개최를 자제해 줄 것을 재차 주문하고 나섰다.

16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도내 국·공립, 사립 유치원에 ‘아동학대 예방 및 안전교육 철저’ 관련 긴급 공문이 발송됐다.

도교육청은 공문에서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 시 유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해 연습해야 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지양하고, 원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2학기 학습발표회가 예정된 곳은 장소와 일정을 보고하도록 했다.

도교육청의 이런 주문은 일부 유치원이 율동과 노래 등 연말연시 보여주기식 학습발표회 개최를 결정, 연습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대규모 보여주기식 행사는 준비과정에서 교사와 유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아동학대 문제도 잇따라 발생했다.

충북의 경우 2015년 11월 청주 A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음악제 원아 학대 사건’을 계기로 유치원 학습발표회 폐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유치원교사 6명이 14일간 강당에서 연말 음악제 연습을 하는 원생 60명을 밀치거나 머리를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당시 사안 조사를 했던 청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멋진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집을 포함해 원생들이 학습발표회나 재롱잔치 준비를 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이 도마에 올랐고,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원장 등 유치원 관계자들의 의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현장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이 지난해 11월 조사결과 청주시내 공·사립유치원 134곳 중 14.9%(20곳)만 학습발표회를 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청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이들이나 교사, 교육당국이 아픔을 겪은 뒤 많이 달라졌다”며 “가능하면 연령별 원내에서 평소 교육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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