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서 문 대통령 영접 후 카퍼레이드 동승하고 숙소도 직접 안내
"발전된 나라보다 초라" 겸손 화법으로 최대한의 성의 표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환대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나와 전용기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을 직접 영접했다.
전용기 트랩을 내려오는 문 대통령 내외를 보며 손뼉을 치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두 팔을 벌리고 다가서자 힘껏 껴안고 뺨을 맞부딪치는 서양식 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쌓은 친분 덕인지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공항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행사 내내 문 대통령에게 방향을 안내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화동에게 꽃을 받으러 갈 때나, 의장대 사열을 위해 자리를 잡을 때나 김 위원장은 오른손으로 문 대통령에게 번번이 방향을 알려줬다.
의장대 사열 때를 빼고는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이 편안한 표정으로 친근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정상급 인사가 평양을 방문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한 적은 없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주요국의 정상이 방북한 사례가 없기도 했다.
외교적 관례로 보더라도 방문하는 국가수반을 정상이 공항에 나가 맞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날 김 위원장의 공항 영접은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순안공항에 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손을 뜨겁게 맞잡은 장면을 연상시켰다.

문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특별한 환대는 공항을 빠져나온 뒤로도 계속됐다.
문 대통령과 다른 차량으로 공항을 벗어난 김 위원장은 평양 시내로 들어서는 지점에서 내려 문 대통령과 무개차에 동승했다.
이어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평양시민의 연도 환영 내내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예우를 갖췄다.
무개차에서 김 위원장은 수많은 평양시민이 지켜보는 앞인데도 문 대통령에게 운전석과 대각선 방향인 '상석'을 내주며 극진히 예우했다. 김 위원장을 '최고 존엄'으로 받들어온 평양시민들로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이 길가에 늘어선 평양시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환영에 감사를 표하는 동안 김 위원장은 함께 손을 흔들기도 하고 잠깐씩 문 대통령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무개차가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에 들어서고 나서도 김 위원장의 파격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차에서 먼저 내려 문 대통령 내외가 먼저 1층 로비로 들어가 꽃다발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어 문 대통령 내외에게 "6·15, 10·4 선언이 다 여기서 채택됐다"며 숙소에 대한 설명까지 자청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환영오찬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오시자마자 일정이 너무 있으면 불편하시니 (오후 정상회담까지) 편히 쉬시라"면서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초라하다"면서 "5월에 판문점 우리 지역에 오셨을 때 제대로 된 영접을 해드리지 못했는데, 식사 대접도 해드리지 못해 늘 가슴에 걸려 (이번 방문을) 기다리고 기다렸다"면서 "비록 수준은 낮을 수 있어도 최대 성의를 다한 숙소이고 일정"이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역시 "최선을 다하느라 노력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파격 환대'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가을에 평양에 오시면 대통령 내외분을 (잘) 맞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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