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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손바꿈
풍향계/ 손바꿈
  • 박희팔
  • 승인 2018.09.1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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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팔 논설위원/소설가

 일을 치러나가는 솜씨나 힘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손바람이 있는 사람’이라 한다. 이 손바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그 능한 솜씨를 혼자서만 하지 않고 다른 방면에 능한 솜씨를 가진 사람과 서로 바꾸어 일을 해본다. 가령 농작물을 잘 가꾸는 사람이 자신이 터득한 작목기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터득한 다른 방면의 기술과 서로 바꾸어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목기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발전시키게 된다는 믿음에서다. 이게 ‘손바꿈’이다. 즉 능한 솜씨를 바꾸어 일하는 것. 또한 , 사람을 서로 바꾸어 일하는 것이다.

창재 씨가 방황을 많이 했다. 젊었을 적 그러니까 스물 안쪽이었을 때는 3살 터울인 형이 있어 모든 일을 형에게 미루고 자신은 노라리로 행세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했다. 맏이인 형이 있는데 그래서 집도 땅도 다 형이 물려받을 것이고 집안의 대소사도 다 형이 관장할 것인데 나는 그저 집안의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을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동네어른들이 자신을 ‘부잣집 가운데 자식’이니, ‘궁도령’이니 하고 빈정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집안이 동네선 부잣집이이라 불리고 자신이 그 부잣집의 둘째이니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지는 알겠는데 ‘궁도령’이라니? 그래서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다. “네가 우리 집 둘째아들 아니냐. 그래서 ‘부잣집 둘째아들’이란, 부잣집 둘째아들처럼 일은 하지 않고 놀고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궁도령’이란, 옛날에 궁궐에 사는 젊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놀고먹으면서 얼마나 반지빠르고 거만했겠느냐. 그래서 이에서 나온 말이고 이는 또한, ‘부잣집에서 자라나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란 말로도 통한다. 이게 모두 너를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냐. 그러니 새겨듣고 정신 차려!”

창재 씨는 이에 정신이 번쩍 나서 놀고먹을 게 아니라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겠어서 아버지께 얼마간 자금을 받아 서울로 올라갔다. 그래서 현지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찾아가 조언을 받아서 한창 성행한다는 당구장도 해보고, 가수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실(합주실)이란 것도 해보고, 유흥가 지하실의 맥주홀이란 것도 운영해 보았지만 그 방면들에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금만 질러대다 보니, 자기의 힘 이상의 것들을 만나 모두가 거덜나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결국은 다 포기해버리고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하여 그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집안에 면목도 없고 동네사람들 대하기도 부끄러워 두문불출하고 있다가 하루는 바람이라도 쏘이러 밖으로 나왔다. 동네경로당 앞을 지나는데 창문을 열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게, 기운 내게. 아직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왜 꼭 겁이 나서 움찔하고는 기운을 펴지 못하는 달팽이 눈이 돼가지고 있는가.” “그려, 그 달팽이 뚜껑 덮는 식으루 입을 꽉 다문 채 좀처럼 사람을 대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으려 하니 보는 우리가 답답하이.” “그러지 말아. 자네 유식하니 작사도방(作舍道搒)이라는 말 알지. 길가에 집을 짓자니 오가는 사람의 말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즉,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의견이 분분하여 결정을 짓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지. 자네도 그간 이것저것 해보았으나 실패했네. 그래서 이제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는 말들이 많지만 쉽사리 결정을 못 내리고 있을 게야. 이제 겁이 나서 말이지. 하지만 우리는 지나가는 남들과 달라. 우리 동네사람들 말 새겨듣고 새로 용기를 내게나!” “그려, 그러니 이제, 도깨비 수기왓장 뒤지듯이 쓸데없이 다른 데 가서 이것저것 뒤지지 말고 이 고향에서 무슨 일이든 해 보게나!” “맞어, 사람이 가는 곳을 따라서 길흉화복이 생긴다 했어. 옛사람들이 이러는 걸 ‘발떠퀴’ 라 했네. 이제 자네는 서울 가서 흉하고 재앙 되는 일만 당했으니 이제 이 고향에서 일을 도모한다면 길하고 복된 일만 있을 걸세.” “발떠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손떠퀴’라는 말도 있네. 무슨 일에나 손만 대면 좋거나 궂은 일이 따른다는 말이지. 그간 자네가 손댄 일이 궂은일이었으니 이제 좋은 일이 따를 것이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러자면 ‘손바꿈’을 해보게. 실패에 능한 솜씨를 가진 자네와 농작에 능한 솜씨를 가진 사람과 서로 바꾸어 조언을 해주면서 상생을 꾀하면 어떨까?” “

이 말에 그는 ‘예?’ 하고 정신이 번쩍 났다. ‘부잣집 둘째아들’ 과 ‘궁도령“에 대한 아버지의 뜻풀이를 들었을 때의 그 심정이었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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