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황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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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황 논설위원/시인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용어이긴 하지만 ‘매력자본’이 주목받는 시대다.

2013년 ‘매력자본’이라는 책이 출간 돼 화제가 됐다.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Catherin Hakim)이 2010년 옥스퍼드 대학교 저널에 ‘매력 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로부터 주목받게 되었고, 이 논문의 연장선상에서 발간된 책이 ‘매력자본(Honey Money)’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매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매력과 아주 같은 개념이다.

매력(魅力),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다. 캐서린 하킴 교수는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현 경제구조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가리켜 ‘매력의 지배’ 즉 ‘Cutocracy’라 명명하고 매력을 ‘제4의 자본’으로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브르디외가 분류한 경제자본(money), 인적자본(human capital),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더하여 ‘매력’이 분명하고 확실한 일종의 자본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아예 '매력자본의 시대'라고 못 박는 학자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일수록 정형화된 스펙 또는 유형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반전(反轉)의 매력이 훨씬 강력하게 다가온다며 ‘방탄소년단’의 예로 들고 있다.



“이쁘니까 용서한다”. 젊은이들이 주고받는 오글오글한 대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사람은 잘 나고 볼 일이야’ 인정하기 싫지만 외모지상주의를 빗댄 솔직한 심정을 나타낸 말이다. 실제로 매력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매력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취직률에서 10%이상 차이가 나고, 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매력적인 여성이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25% 정도 더 높다. 키가 크면 소득이 10~20%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외모 프리미엄’ 덕분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가끔 잘생긴 사람들을 보면 ‘부모님께 효도하시라’고 부러운 덕담을 한다. 부모님이 평생 쓰고도 남을 자신감을 외모로 물려줬으니 왜 아니냐고 한바탕 웃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외모에 자신을 갖고 있지 않거나 오히려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한다.

물론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외모’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매력’이 ‘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외모를 가꾸는 것’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감 있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얘기다.

매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매력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매력은 습관이다’의 저자 이케하라 마사코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의 향기가 품어져 나오는 품격 있는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이라도 인색한 사람에게서는 매력도 여유도 발견할 수 없듯이, 여유 있는 미소로 상대방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매력자본을 늘려가는 첫걸음이다.



국가나 기업이나 매력자본이 견실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한다.

하와이대 미래전략센터 짐 데이터 소장은 “미래 사회에는 국민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민 총 매력지수(GNC, Gross National Cool)를 국가의 부를 측정하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사회는 박사급 연구원이 많은 기업보다 말단직원의 엉뚱한 발상도 놓치지 않고 용기를 주는 매력 있는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매력이 자본이 되는 시대, 4차 산업을 살아가는 우리사회 전반에서 매력의 향기가 폴폴 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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