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자 박명애씨 인터뷰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돌이켜보면 늘 삶이 먼저였고 한걸음 뒤 보이지 않는 자리가 편했습니다. 그늘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충북여성문학상과의 인연에 깊은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해 좋은 글쓰기로 보답하겠습니다.”

13회 충북여성문학상의 주인공은 박명애(55·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수필가다.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은 ‘겁나게 그말’. ‘겁나게’라는 전라도 사투리를 자주 썼던 작고한 외삼촌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을 담았다. 지병으로 세상을 먼저 떠난 외삼촌만의 특이한 억양이 실린 그 말을 통해 생전 모습과 인품을 회상한다.

“정이 많았던 외삼촌은 외사촌이 질투할 정도로 저를 사랑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음을 듣고 올라가는 길 내내 ‘겁나게 아프다’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그 마음을 떠오르는 대로 풀어낸 글인데 수상작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잠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성인이 되면서 다시 글밭에 나왔다. 계기는 1990년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가 주최한 여성백일장 산문부 차상으로 입상한 뒤 ‘여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해 백일장이 열리던 날은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친정에 가던 길이었다. 도중에 육거리 시장에 걸려 있던 백일장 안내 플래카드를 보고 무작정 행사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습니다. 40분 남았다는 안내 방송에 정신없이 원고지를 메우고 삼일공원을 도망치듯 내려오는데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 때 말없이 행사장에 데려다줬던 남편에게 지금도 고맙습니다. 만약 당시 반대하고 막았더라면 오늘의 기쁨도 없었을 것입니다.”

2007년 창조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17년에는 첫 번째 책 ‘별일 없어 고마워요(심지출판사)’를 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 책을 내기까지 모두 27년이 걸린 셈이다. 가족들의 응원 아래 글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내, 어머니, 독서지도강사 등 1인 3역을 하고 있는 그가 문학에 온전히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아직도 직업적인 일로 바쁘긴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글쓰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일들에서 글감을 얻는다. 햇볕, 바람, 꽃, 나무, 비 등 자연의 변화와 일상이 빚어내는 생각들, 그림이나 음악들이 불러오는 감정들까지. 일상이 주는 아주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외할머니와의 기억을 담은 책을 쓸 계획이다. 외할머니의 사랑을 더듬어 보고, 문학·음악·그림·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인문학 책 쓰고자 한다.

이번 수상 소식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문학 활동을 하는 문우들이었다. 현재의 자신에게 넘치는 상이라는 처음에는 가족들에게도 알리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는 “항상 망설였던 저에게 가족들과 선·후배들이 늘 자극과 용기를 줬다”며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비로소 시작인 것 같다. 이번 수상이 작가로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며 “느리더라도 삶에 뿌리 내린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청주 출생인 박 수필가는 현재 ‘비존재’ 동인, ‘충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독서지도와 논술강의를 하고 있다.

13회 충북여성문학상 시상식은 20일 오후 2시 동양일보 아카데미홀에서 열리며 박 수필가는 ‘황금펜촉패’를 받는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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