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미숙 충북도농촌상생발전팀장

용미숙 <충북도농촌상생발전팀장>

지난해 유기농산과에서 근무 할 때의 일이다.

12월 중순 쯤 참석한 친환경농업 육성 관련 워크숍에서 ’친환경 청년교육모델 구축방안‘이라는 주제로 충남 홍성의 젊은 협업농장 정민철 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강의 내용은 농사지을 땅도 없고 작물재배 경험도 없는 오로지 농촌에 대한 관심 하나로 모인 젊은 청년들이 친환경농업 선도농장에 모여 유기농업과 농촌의 공동체 삶을 배워가고 일정 기간 후에 인근 농가에 고용되거나 농장을 임차해서 직접 농업에 종사한다거나, 인근 요양시설의 정신질환자가 농장에서 또래 일반인과 함께 유기농 쌈채소 농사를 짓고, 같은 농장에 취업을 하고 있다는 사례였다.

처음 보는 형태의 농장운영이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워크숍이 끝나고 며칠 뒤인 12월 28일 충남 홍성으로 출장을 갔다.

거의 두 시간 넘는 동안 정민철 대표의 설명을 듣고 충남 홍성의 사례와 유사한 시책을 우리 충북도에서 추진한다면 친환경농업확대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식으로 사업을 만들까 하루 이틀 고민하던 중에 지난 1월 10일자로 농업정책과로 자리를 옮겼다. 담당업무가 바뀌다 보니 홍성에 갔을 때의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초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신규로 추진하는 ’2018년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 시범사업‘ 워크숍에 참석해 내용을 듣고 보니 작년에 충남 홍성에 가서 보았던 그 사례들을 여기서는 ’사회적 농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특강 강사는 작년에 친환경농업 육성 워크숍에서 강의를 했던 바로 그 정민철 대표였다. 작년에 이미 강의도 듣고 현장을 직접 보았던 터라 사업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해 장애인, 노인, 정신질환자 등을 농장에서 치유 할 수 있게 하고, 경작할 토지가 없는 젊은 청년들에게 농업과 농촌문화를 배우게 하고, 일정기간 교육을 받은 청년들을 교육농장이나 인근농장에서 고용하고, 인근에서 농업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돌봄, 고용, 교육 등의 가치를 입혀 ’사회적 농업‘이라 부르고 있었다.

충남 홍성의 사례를 친환경농업육성 시각으로만 바라봤던 내 생각이 참 짧았구나 싶었다.

시범사업 신청결과 전국에서 65건이 신청되어 3단계의 서면·현장· 발표 심사를 거쳐 지난 5월 1일 최종 선정된 전국 9개소 중 충북에서는 2개소가 포함되었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사)농촌공동체연구소(제천 덕산 소재)는 지역내 귀촌인 교육농장, 농촌지역 고령자 치유농장,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논농사 1년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성원농장(보은 수한 소재)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농업교육, 장애인 가족 텃밭 가꾸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회적 농업 실천 조직들은 사람 중심의 돌봄 기능과 교육을 통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데 충북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농산물 시장개방, 고령화, 농촌인구 감소 등으로 농업·농촌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어렵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농촌의 공동체 문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농장에서 자연을 매개로 얻을 수 있는 치유의 힘으로 장애인, 취약계층에게 사회인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젊은 청년들이 농촌으로 회귀하려는 관심을 적극 유인하여 농업창업과 고용으로 이끌어 농촌의 활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바로 지금이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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