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통령 당선인이 어찌 자국어 아닌 외국어(영어)로 수업을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했단 말인가.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해 모골이 송연해진다.

거듭 말하는 바이지만 영어 수업이 맹렬한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으니 망정이지 만일 당초의 시안대로 강행됐더라면 어찌할 뻔했는가.

거듭 거듭 생각해도 국어를 뺀 모든 과목은 영어로 수업을 하겠다한 발상은 큰일날 뻔한 발상이었다.

이 지구상에 제나라 말과 제나라 글을 가진 나라로, 제나라 말과 제나라 글보다 남의 나라 글과 남의 나라 말을 더 좋아하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이는 필자가 과문매서인지는 몰라도 별로 듣지 못한 것 같다.

강약이 부동으로 힘센 나라의 식민지가 돼 그 힘센 나라의 언어를 강제로 사용케 하는 경우를 빼고는.......

아니 힘센 나라의 언어를 강제로 쓰게 해도 같은 민족끼리 모이면 구메구메 제나라 말과 제나라 글을 사용하며 목숨 걸고 싸워온 민족도 있지 않은가.

저 일제의 강점으로 질곡과 만행과 폭압과 학정에 몸부림치면서도 우리는 우리글과 우리말을 지켜온 배달민족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떻게 이런 민족이 우리 말 우리글보다 남의 글 남의 말을 더 선호하는가.

제 나라 말과 제 나라 글을 가진 민족치고, 아니 제 나라 말과 제나라 글을 지키는 민족치고 멸망한 나라(민족)는 일찍이 없었다.

이는 시(時)의 고금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세계가 글로벌시대이니 영어는 배워야 하고 사용도 해야 한다.

그러나 꼭 써야할 때와 써야할 데에 쓰자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적재적처(適才適處)’에 쓰자는 얘기다.

영어가 안 들어가면 말이 안 되고, 영어가 안 들어가면 멋이 없고, 영어가 안 들어가면 촌스럽고, 영어가 안 들어가면 세련이 안 돼 무지렁이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촌놈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안 쓸 수가 없다.

영어를 즐겨 쓰는 것은 옥호나 간판만이 아니다.

옥호의 간판이야 장삿속이니 사류를 따를 수밖에 없다지만(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무리 장삿속이라도 안 될 일이다) 공직인이 근무하는 공공관서의 현관에 영어를 써 붙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부득이다.

그 좋은 예가 소방서에 써붙인 ‘Safe korea'다.

‘세이프 코리아’라.

세이프 코리아가 무슨 뜻인가?.

‘안전한 한국’ 이나 또는 ‘안전한 소방’ 하면 될 것을 굳이 영어로 써 붙였으니 기차 찰 노릇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괴테는 일찍이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 했다.

이는 가장 그 나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뜻이다.

‘안전한 한국’과 ‘안전한 소방‘하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세이프 코리아라니, 참으로 어이없고 참으로 기가 막혀 ‘가가대소(呵呵大笑)’할 노릇이다.

필자는 하도 어이없어 직원에게 물었다.

’안전한 한국‘이나 ’안전한 소방‘ 이라면 될 것을 왜 굳이 영어로 ’세이프 코리아‘라 써 붙였느냐 하자 그의 대답인즉 “저희는 소방방재청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였다.

참으로 딱하고 한심하고 통탄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그 ’세이프 코리아‘가 그대로 붙어 있는지 모르지만 바라건대 제발 우리말 우리글로 ‘안전한 소방’ 이나 ‘안전한 한국’으로 고쳤으면 한다.

그러나 딱하고 한심하고 통탄스러운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우리글과 아름다운 우리말로 했으면 참 좋을 것을, 아니 반드시 그렇게 했어야 할 것을 굳이 영어로 써서 주체성도 정체성도 잃고 말았다.

여기에 몇 가지 사례를 들면 이 나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브랜드 슬로건은 ‘Hi Seoul'이다. 이것을 우리글과 우리말로 '야아, 서울!’이라던가 ‘오, 우리의 서울!’이라 했다면 얼마나 근사했을 것인가.

신라 고도 경주의 브랜드 슬로건은 ‘Beautiful Gyeongju'인데 이것도 ’아름다운 경주‘ 나

‘찬란한 경주’ 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참으로 속상하고 안타깝다.

우리가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겠는가.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