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대표이미지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최근 청주지역 한 사립학교법인 산하 3개 학교에서 스승이 제자를 성희롱하거나 성추행했다는 SNS 폭로가 잇따랐다. 청주 뿐 아니라 대전, 충남,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이 같은 ‘스쿨미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폭로된 내용을 보면 오랜 기간 같은 교사에 의한 성희롱 등이 수년이 지나 밝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졸업생들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댓글을 단 것으로 보면 학교 내부에서 곪았던 문제가 이제야 터져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렵게 터진 미투인 만큼 폭로된 사건에 대해선 특히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이 용기를 내 미투 ‘폭로’까진 나섰지만, 피해사실을 경찰에 적극적으로 진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직접 나서 말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피해사실이 특정되지 못하면 경찰 수사는 이대로 지지부진 끝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학교 내부 교사들의 자기반성이지만 사립학교의 폐쇄성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내부고발자로 나서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신상 노출을 우려하거나 경찰조사에 지레 겁을 먹는다면 가해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미투는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가해자를 고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가해자가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 생기면 무력한 피해자들이 ‘침묵’을 선택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투 운동의 무풍지대가 있다면 그곳에 가해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사실을 폭로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폭로가 없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집단의 힘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봐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