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만든 기념일이다. 1997년 처음 보건복지부에서 법정기념일로 노인의 날을 제정하였다. 경로효친사상(敬老孝親思想)을 고취시키고, 심각한 노인문제를 돌아보는 날이다. 이 날은 노인복지에 힘써온 개인이나 단체를 국가나 지자체가 표창을 하고, 100세가 되는 노인에게는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또 각 지자체별로 경로잔치를 열어 노인들을 즐겁게 한다.

통계청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2%를 차지하여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몇 년 후면 유소년보다 노인의 인구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노인들의 사회 기여와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 절실하게 되었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노인들의 참여를 증진하고 강화하는 수단을 모색하여야 한다. 문제는 노인들이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할 틈이 없이 맞다보니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이들에게 일자리나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하고 삶의 질을 확립해주어야 복지국가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노인도 일상생활의 지식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등 IT지식분야는 젊은이에게 배우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거기다가 노인이 젊은이에게 무시당하는 현실은 심각하다. 지하철에서 자리양보 인하는 청소년을 나무라던 할아버지가 등떠밀려 죽음을 맞이했고, 욕을 한 할머니는 여대생에게 고발을 당했다. 그리고 자식며느리 눈치 보기 싫어 공원이나 무료급식소를 배회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다가 일부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수구꼴통이라고 무시하고, 일부 노인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로잔치도 좋고 노인병원 설립도 바람직하지만 노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노인복지, 노인일자리창출, 노인들의 질병과 고독 문제 등을 비롯하여 정부와 지자체는 노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각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노인회관, 노인대학이 있다. 노인 일자리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고, 다양한 노인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노인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중 중요한 하나는 노인이 공경 받는 사회풍토를 회복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노인한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오랜 인생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에 익숙해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다시금 생각해 봐야할 내용이다. 그러나 노인도 늙더라도 반듯하고 곱게 늙어야 한다. 늙어 감을 안타까워하고 좌절할 일이 아니라 늙음을 받아들이고 생을 관조 하면 남은 삶이 여유로울 수 있다.

이처럼 반듯한 노인으로 늙기 위해서는 이미 새로워진 것을 바탕으로 더욱 더 새로워져야 하는 노력을 한 순간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정철의 시조가 떠오른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노인들도 꿈 많던 청소년시절이 있었고 활기찬 젊은이로 당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분들의 머리카락이 그냥 희어진 게 아니다. 피땀 흘려 일하며 자녀들의 삶의 터를 다지는 사이에 머리가 희어지고 허리가 휘게 된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풍요함은 거저 된 게 아니다. 지금은 힘없는 노인이 된 그 분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려라.’라는 말이 있다. 삶의 오랜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 주는 말이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에도 지혜로운 노인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는 경향도 있다. 그 대신 나이는 기억력을 빼앗은 대신 통찰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잘 활용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라야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삶의 뿌리요, 사회의 존재 기반이다. 노인들을 공경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모욕하는 것이고, 사회의 존재 기반을 허무는 것이다. 다시 노인이 공경 받는 사회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노인이 존중 받고, 노인의 인권이 보호 받아 젊은이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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