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미 기자

박장미 취재부 기자
박장미 취재부 기자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9일은 572돌 한글날이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신조어 능력 평가’라는 게시물이 생각났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일종의 시험처럼 테스트해보는 것이었다. 10여개 중에서 대부분의 것들은 맞출 수 있었지만 ‘롬곡옾눞’과 ‘괄도네넴띤’에서 막혔다. 한 번의 검색을 통해 두 단어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롬곡옾눞’은 ‘폭풍눈물’을 뒤집은 것이고,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 뜻했다. 평소 같았으면 웃으면서 지나갔을 테지만 한글날이 즈음해서인지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더 컸다.

‘롬곡옾눞’, ‘삼귀다(사(4)귀다 보다는 덜하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이)’, ‘렬루(정말을 뜻하는 리얼루 줄임말)’, ‘커엽다(귀엽다)’, ‘존버(버티다의 비속어)’, ‘사바사(사람by사람,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좋페(좋으면 페이스북 메시지 보내라는 뜻)’ ….

얼핏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표현들은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말이다. 10대들이 주로 쓴다. ‘틀딱충’과 같이 차별과 혐오, 경멸을 담은 말도 늘고 있다.

우리말에 외국·외래어가 범람한 지 오래다.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행정, 학술분야에도 외국·외래어가 깊게 파고들었다.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쉬운 우리말을 두고 외국·외래어를 쓸 때도 많다. 지자체를 홍보할 때도 우리말을 두고 외국·외래어를 쓰곤 한다. 번화가에 나가면 외래어 표기법 등 맞춤법을 어긴 채 표기된 간판이나 뜻 모를 외국어 간판들, 무국적 간판들이 즐비하다.

한글이 오래 사용되기 위해서는, 우리 인류 문화로 오래도록 전승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글을 갈고 다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롬곡옾눞’과 ‘괄도네넴띤’을 통해 한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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