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다른 운동도 그러하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골프 실력은 대단하다. 특히 여자골프는 세계를 접수한 지 오래다.

미국, 일본 등 국제무대에서 선전하는 한국 여자선수들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 여자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 대회는 그저 싱겁기만 할 정도다. 너무 독식하다보니 흥행에 장애가 돼 그만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올림픽 종목으로 첫 채택된 2016 브라질 올림픽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쥔 한국여자골프는 지난 7일 인천에서 끝난 국가대항전 UL인터내셔날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에서 우승, 세계 최강 자리에 등극했다. 2014년 창설돼 격년제로 열리는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첫 대회는 스페인, 두 번째는 미국이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은 지금도 세계 랭킹 10위안에 4명이 포진하고 있고 지난 시즌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LPGA) 33개 중 절반에 기까운 15개를 휩쓸어 누가 뭐래도 여자골프 세계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이 벌어 들이는 외화나 국위 선양을 감안하면 이들만큼 애국자도 없을 것이다. 이들이 국제무대에 우뚝 서기까지는 한국인 특유의 집념과 투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골프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니 골프를 사치로 치부해 중과세하지를 않나, 더 나아가 골퍼들을 ‘봉’으로 취급하지를 않나. 국제무대에서 그렇게 잘 나가는 한국 골프가 국내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골프장에는 회원제와 대중제(퍼블릭)가 있다. 회원제는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회원 모집이라는 혜택이 주어졌고 회원권 분양으로 골프장 조성비를 충당하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은 회원이 없고 세금을 회원제보다 덜 내는 대신 골프장 조성은 전적으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근래들어 골프장 산업 불황으로 부도를 내거나 부도위기에 처한 골프장이 늘면서 이의 타개책으로 대중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높은 재산세 등 세금을 견디지 못해 과세요율이 회원제보다 현저히 낮은 대중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북에서만 대중제 21곳, 회원제 12곳으로 대중제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방증한다.

실제 18홀 기준 대중제 골프장의 한해 수익금은 대략 20억~30억원으로 이는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벌 수 있는 돈이다. 다시말해 회원제라면 이런 액수의 세금을 부담해야 돼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7홀 규모의 한 골프장은 2년전 대중제로 전환한 뒤 연간 30억원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개장후 10여년 간 매년 30억원 대의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대중제 전환에 따른 은행권 부채를 갚으면 10년 뒤부터는 ‘재미’를 쏠쏠하게 볼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세금을 덜 내는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가 회원제보다 비싸 논란이다. 대중제가 꼭 싸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중제가 누리는 혜택에 비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중제 골프장측은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골프 대중화 활성 면에서도 비싼 요금은 바람직 하지 않다.

충북 음성의 한 대중제 골프장은 10월 주말 기준 19만원을 공지했다. 카트비와 캐디피를 더하면 25만원을 내야한다. 대중제가 당연히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골퍼들을 당혹케 하고도 남는다. 비싸면 골프를 안치면 될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지만 대중제가 갖는 의미, 즉 골프대중화에 역행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청주권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비회원에게 15만8000원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골프장의 정상적인 그린피는 19만원이지만 인근 골프장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인 가격을 받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이 늘면 늘수록 나라는 재정적인 손해를 본다. 골프장에서 나오는 재산세가 크게 줄어들고 개별소비세도 면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비싼 그린피를 받는 일부 대중제 골프장은 골프 대중화를 외면하고 제 배만 불리고 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골프 강국답게 골퍼들이 큰 부담없이 골프를 즐기는 분위기 조성에 대중제 골프장이 앞장설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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