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일정짜고 민박, 랜트카·지하철 이용…모범사례
이숙애 위원장 “충실한 연수회는 시도해 볼 만하다”

이숙애 충북도의회 교육위원장이 10일 도의회 집무실에서 동양일보와 해외연수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해외연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방의회들이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연수를 가지만 대부분 관광성 외유가 많아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터라 도의회 교육위 북유럽 연수는 ‘모법답안’이라며 화제다.

도의회 교육위 소속 도의원 5명은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덴마크와 독일로 국외연수를 다녀왔다.

지난해 7월 행정문화위원회가 수해 속에서 해외연수를 떠나 논란을 빚은 이후 1년여 만에 재개된 것으로 11대 도의회 출범 후 처음이다.

이숙애(57) 교육위원장은 10일 “주민을 대신해 집행부의 감시·견제 역할을 하는 도의회가 해외선진지를 가서보고 배워와야한다”며 “충실한 연수는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떠나기 전 “해외연수가 더는 외유성 논란을 빚지 않도록 연수계획을 충실해 준비했다”며 “연수 목적에 맞게 다녀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날그날 일정과 탐방내용을 SNS를 통해 보고했다.

하루 활동한 시간과 방문지, 현지 인사들과 나눈 대화내용은 물론 시사점까지 시시콜콜하게 적었다. A4용지로 21장 분량이다.

이 의원은 “여행사 도움 없이 의원들 스스로 연수일정을 짰다”며 “지금까지 여행사의 도움을 받아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국내 전문가와 해외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관련 기관 방문 등을 직접 협의했다”고 말했다.

북유럽 국가 전문가인 윤송현(56) 전 청주시의원에게 자문을 구하고 일정을 잡았다. 현지에서 이동할 때는 지하철과 버스, 렌트카 등을 이용하고 8박 가운데 3박은 호텔이 아닌 현지인 집에서 머물렀다.

그는 “서동학 의원은 허리디스크가 심해서 오래 걸으면 안 되는 데 매일 1만5000보 이상 걸었고, 김영주 의원은 구글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1500~1600km의 운전을 전담하는 등 고생이 심했다”고 회상했다.

연수 목적에 부합하는 일정 위주로 계획하다보니 그동안 연수 일정의 60~70%를 차지하던 유명관광지 방문 등은 대폭 줄었다.

덴마크 교육부, 왕립도서관, 캘러루프 호이스콜레(성인 기숙학교), 외래스타드고등학교, 체험형과학관 엑스페리렌타리움, 베를린 연방정치교육원, 드레스덴 작센주의회,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독일 바이마르의회, 부헨발트 강제수용소 등이다.

당초 계획된 일정은 아니었지만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특정 산업이 구조조정 된 이후 성공적인 대처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에 스웨덴으로 월경해 말뫼의 랜드마크 ‘터닝크로스’등을 견학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위원장은 “1970년대 조선업의 몰락으로 폐업·방치돼 흉물로 남아 있던 골리앗크레인을 2003년에 해체(현대중공업이 1달러에 낙찰, 230여억원을 들여 울산으로 가져옴)하고 그 자리에 세워진 건물이 터닝크로스”라고 설명했다.

3일 동안 묵은 100년 숙소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삐걱거리는 바닥과 다락방에서 취침하고 2개의 욕실을 집주인 가족 4명과 일행 8명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거실에 함께 모여 서로의 소감을 나누고 연대감을 형성하는 진지한 프로그램은 새벽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책과 미디어를 통해 본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 배울 점이 많다. 도의회처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연수회는 충실해야 한다”며 "조만간 동료의원들의 보고내용을 취합해 연수보고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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