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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 참으로 큰일이다 ③
동양칼럼/ 참으로 큰일이다 ③
  • 강준희
  • 승인 2018.10.11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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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장

 

뿐만이 아니다. 익산의 ‘Amazing iksan' 도 ’굉장한 익산‘이나 ’놀라운 익산‘으로 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다.

대구광역시 ‘Colorful daegu'도 ’다채로운 대구‘나 ’그림 같은 대구‘로 했으면 훨씬 더 돋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이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된 데도 있어 그나마 위안이 좀 된다.

단양팔경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고을 단양의 브랜드 슬로건은 ‘대한민국 녹색 쉼표’요, 세종특별자치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세상을 이롭게 특별자치시’다.

창원의 브랜드 슬로건은 ‘빛나는 땅 창원’이고 성남시 브랜드 슬로건은 ‘시민이 행복한 성남’ 이다.

우리는 주체(主體)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체성(正體性)과 함께 얼과 혼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이 말이다

근세의 민족지도자였던 위당 정인보(爲堂 鄭寅普) 선생은 그의 저서 ‘조선의 얼’에서 주체를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닌 것을 아는 것’이라 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자아(自我)가 타아(他我)가 아니고 타아가 자아가 아닌 것을 아는 것을 말함이다.

그러므로 주체를 심리학적 견해로 보면 심적주관(心的主觀)과 지(知), 정(情), 의(意)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의식적 능동적 통일을 말함이며, 철학적 개념으로 보면 객관에 대립하는 주관을 말함이다.

그러니까 주체란 의식하는 것으로써의 자아. 곧 순수자아(純粹自我)가 주체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순수자아 주체를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정신 차릴 일이다.

우리 말 우리글을 지키는 것은 대단한 학자나 돈 많은 부자나 권력 있는 이들이 아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 지킨다고 힘없는 사람, 못 가진 사람들이 우리 말 우리글을 지킨다.

우리 말 우리 글로 간판을 쓴 집을 보면 보리밥집, 칼국수집, 순댓국집, 삼겹살집, 삼계탕집,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들이다.

외래어 쓰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곳은 아파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아파트들이 초창기엔 목련아파트니 사랑아파트니 진달래아파트니 하며 제법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쓰더니 해가 갈수록 아파트 이름이 외래어로 바뀌어 지금은 아파트를 짓는 족족 외래어 일색이다.

그래 힐스테이트니 아이파크니 더 월드 스테이트니 골든 팰리스크레시티니 하는 이름이 판을 친다.

자. 이러니 이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듣자니 아파트 이름이 외래어로 바뀐 것은 시댁의 ‘시’자 소리도 듣기 싫어 시금치나 시래기도 안 먹는다는 신세대 주부들이 무식한 시어머니 못 찾아오게 하느라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로 지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런 세태를 보면 이게 아무리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라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시어머니가 얼마나 밉고 싫었으면 이런 따위 말도 안 되는 말을 지어내는가.

그러나 이런 중에도 다행히, 참으로 다행히 아파트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호수마을’이니 ‘달빛마을’이니 ‘정든마을’이니 ‘햇빛마을’이니 하고 지은 아파트가 있고 ‘별빛고은’과 ‘살구꽃마을, ‘꿈에그린’ 아파트도 있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우리는 우리 글(말)과 우리 역사와 우리 시(문학)를 알아야 한다.

이는 베를린대학 총장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 이라는 명연설이 아니어도 그렇다.

피히테는 나폴레옹의 말발굽 아래 국토가 초토화 돼 신음할 때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경세서(警世書)에서 이렇게 역설, 조국 독일을 구했다.

그것은 ‘독일 국민이여! 독일 말과 독일 글을 사랑하자’, ‘독일 국민이여! 독일의 역사를 알자!’, ‘독일 국민이여! 독일의 혼이 깃든 독일시를 알자!’였다.

앞에서도 말했듯 우리는 우리 말(글)이 촌스럽고 시시하고 세련되지 않았다고 마구 내동댕이쳐 이제는 목욕탕이나 미장원 같은 데서도 으레 외래어 간판을 달아 목욕탕은 사우나요 미장원은 헤어숍이 아니면 헤어살롱이다.

하지만 어디 또 이뿐인가.

피부과와 비뇨기과, 정형외과 등의 병·의원도 무슨 무슨 클리닉이요, 영화관은 무슨 무슨 시네마에 무슨 무슨 시어터 그것도 아니면 무슨 무슨 아트홀이다.

예식장도 마찬가지어서 무슨 무슨 웨딩홀이 아니면 무슨 무슨 웨딩타운 또는 웨딩 플라자다.

사진관도 질세라 무슨 무슨 스튜디오가 대세다.

심부름센터는 퀵서비스며 이삿짐센터는 트랜스가 아니면 이름도 거창하게 무슨 무슨 익스프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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