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의 아침식탁 위에 올곧은 ‘시대의 정신’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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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 ‘이 땅의 푸른 깃발을 사시社是,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위하여를 제작정신으로 내건 동양일보라는 낯선 신문을 독자제현의 아침 식탁에 올려놓은 지 어언 27.

푸른 신문동양일보는 오늘 스물일곱 건장한 청년으로 우뚝 섰습니다.

동양일보는 그동안 우리 이웃들의 그늘진 곳과 아픔이 무엇인지, 진실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사람의 모습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고자 밤낮없이 뛰고 또 뛰었습니다. 기사를 마감하는 밤늦은 시간이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윤전기 앞에 서서, 날이 밝으면 지면에 담긴 이 내용들이 나와 우리와 모두에게 어떤 울림이 있는 기록일 것인가로 옷깃을 여며야 했습니다.

어떤 기사를 쓰기 전 결코 권력과 자본과 굴절된 세태에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습니다.

동양일보가 표방하고자 하는 중용中庸의 정신을 다시 곧추세우며, 그 정신을 바탕으로 균형감각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하늘 높이 비상하기 위해선 어느 한쪽에 경도됨이 없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함을 새롭게, 새롭게 깨우쳤습니다.

돌아보니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그 중 시가 있는 삶, 시를 통한 인문학 캠페인은 동양일보가 충청지역민들에게 문화적 충족감을 심어주기 위해 전개한 야심찬 프로젝트였습니다. 수년 동안 청주에서 거리시전도 열었고, 1997문학의 해를 맞아 그해 11일부터 지금까지 동양일보 2면 머리에 아침을 여는 시로 독자들의 가슴에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헤아려 보니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시어들을 배달한 지 벌써 21년이 흘렀습니다.

19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 온 충청북도순회명사시낭송회는 매년 가을이면 충북 곳곳을 찾아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심어주는 행사였습니다. 그동안 무대에 오른 출연진만 5200여명에 이르고 시낭송회를 찾은 관객들이 65000여명에 달합니다. 중국동포 문인·출판인·교수·기자 등도 110여명이 초청돼 참여했습니다.

포석조명희문학제기념 전국시낭송·충북시낭송경연대회를 통해 배출한 시낭송가도 100여명이나 됩니다. 시낭송 전문가로 인증서를 받은 그들은 시 사랑 운동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최첨병으로 한국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인문학이 사라진 시대라고. 사람과 사람으로 비롯된 가치가 상실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깊은 담론이 상실됐다고. 인문학이 위기를 맞았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우리들 삶을 되돌아볼 여백을 잃게 됐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문학과 철학이 소멸돼가는 이 시대에 새로운 가치의 담론을 창출하고자 동양일보는 동북아 3개국의 공통점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3개국의 석학들이 참여한 상생과 화해, 발전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모으는 동양포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일들이 바로 동양일보가 이 지역과 이 시대 문화운동의 베이스 캠프 역할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동양일보가 되지 않고자 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지역의 향도嚮導임을 자처하며 이 땅의 푸른 깃발을 치켜든 동양일보가 되고자 합니다.

팍팍한 삶에 찌들고 마음의 여백을 찾기 힘든 이 시대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빛남을 깨우치는 동양일보가 될 것을 27세 청년의 결기로 거듭 다짐해 봅니다.

27년간을 한결같이 동양일보를 사랑해 주시는 독자제현께 삼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동양일보 회장 조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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