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반 영 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지난 9일 한글날 충남 군산 선유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림같은 작은 섬들과 백사장, 아기자기한 포구까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둘레길을 걷다보니 길안내표지판과 볼록거울 그 아래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표지판에는 ‘쓰레기 불법투기 당신의 양심을 버리겠습니까?’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있었고, 거울에는 ‘당신의 양심’이라고 씌여져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곳에 양심을 마구 버렸다. 그리고 또 트레킹코스를 따라 등산을 하다 보니 등산안내표지판 근처에도 마찬가지로 각종쓰레기가 쌓여만 가고 있었다. 처음 한 두 사람이 쓰레기를 버렸을 것이고 이후 지나는 사람들은 버리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문제는 눈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아니라 이곳에 수도 없이 버려지는 양심은 결코 치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란 이론이 있다.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이론이다. 건물주가 깨진 유리창을 버려두면 나중에 이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의 ‘필립 짐 바르도’교수는 아주 흥미로운 심리실험을 진행했다.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골목을 골라 새 승용차 한대를 보닛을 열어놓은 상태로 방치시켰다. 며칠이 지난 뒤 확인해보니 그 차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번에는 똑같은 새 승용차를 보닛을 열어놓고 한쪽 유리창을 깬 상태로 방치시켜 두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불과 10분이 지나자 배터리가 없어지고 차안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낙서, 도난, 파괴가 연이어 일어났으며 1주일이 지나자 그 차는 거의 고철상태가 되어 폐차장으로 실려 가야 했다. 우리는 이 실험에서 가벼운 범죄예방이 강력범죄 예방의 지름길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깔끔하게 잘 다듬어진 공원의 한쪽 구석에 누군가가 남몰래 종이컵을 하나 버린다. 지나던 사람 하나 둘이 그 종이컵에 담배꽁초며 씹다 만 껌 등을 버리기 시작한다. 그 종이컵 주위엔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경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다. 깨끗하고 상쾌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휴식을 취하고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기도 하지만, 불결하고 더러운 곳은 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이 소유한 공간을 아끼고 깨끗하게 하는 만큼이나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시설에 대해서 얼마나 소중하게 사용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시원스럽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운전자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가 있다. 담배꽁초에서부터 휴지, 캔 음료, 과자봉지 심지어는 가정의 생활쓰레기까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버려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은 요즘같은 행락철기간에는 경찰과 합동으로 쓰레기 불법 투기를 단속하기도 하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바로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것이다. 행복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자신이 만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양심을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장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양심을 저버리는 것은 용납못할 행동이다.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가끔씩 양심에 벗어난 행동을 하게 되면 양심은 점점 무뎌지게 된다. 양심이 무뎌지게 되면 나중엔 양심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비양심적인 사람이 많아지면 이 사회는 혼란스럽고 비리로 얼룩져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당장은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게 조금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나 자신부터 양심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고 밝은 사회건설에 일조하는 길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며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물질과 쾌락보다는 정신적인 참가치관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청결과 질서의 나라 싱가포르와 일본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선진국에 걸맞은 국민의식은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이나 경찰, 시민단체의 홍보·단속, 한 줄의 거창한 표어로 질서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질서의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고의 전환으로 실천에 옮길 때 싱가포르처럼 깨끗하고 질서 있는 거리와 법이 바로선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깊어가는 아름다운 가을, 전국 어디를 가도 청결한 금수강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쓰레기를, 양심을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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