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승 작 '자락'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세종시 부강리에 있는 고택 ‘유계화 가옥’. 고종 3년(1866)년에 지어져 152년의 세월을 견딘 이 집의 이야기가 5명의 예술인들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청주스페이스몸미술관은 ‘장소의 장소’라는 주제 아래 세종유계화가옥을 조명하는 ‘장소를 품다-부강’을 오는 2일까지 선보인다.

스페이스몸미술관 2·3전시장과 세종시 유계화 가옥이라는 두 지역의 장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서용선·손부남·정보영·정승운·채우승 작가는 고택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보고 느낀 과거의 시간과 장소를 각각 회화, 설치, 조각 등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유계화 가옥은 지난 1984년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138호 '청원 유계화 가옥'으로 지정됐다. 이후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신설됨에 따라 '세종 유계화 가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지난해 '세종 부강리 고택'으로 명명됐다. 올해 여름 이 집을 처음 소유했던 홍판서의 이름을 따 ‘세종 홍판서댁’으로 가옥명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 전시는 이 고택에서 삶의 마지막을 살았던 옛 주인 유계화를 기억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서용선 작 '유계화'
서용선 작 '유계화'

1926년에 태어나 이 집에서 생을 마무리한 유계화는 이화여전 의과대에 입학했다가 졸업은 못하고 고택에 내려와 살며 외부와의 교류를 최소화 한 채 고양이와 꽃, 활자를 가까이했던 독신 여성이다. 시골마을의 가장 좋은 집에서 학벌 높은 독신 여성이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서용선 작가는 고택에 머물며 그린 드로잉과 다른 장소(경기도 작업실)에서 발현해 낸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손부남 작가는 유계화 가옥에 얽힌 인물들, 개인의 경험이 담긴 입체작품을 선보인다. 특히나 고택에 자리 잡은 작가의 집에 있던 목재 구조물(나락 보관 창고)을 이동시켜 고택에 안착된 장소에 작품을 설치한다. 정보영 작가는 유화 작품을 전시하고 정승운 작가는 공간과 역사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수없이 많은 돌기를 가진 선을 걸어놓았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 전시는 과거의 장소와 시간을 불러내고 물성으로 치환한 작품들을 통해 현재의 자취를 살펴 미래의 방향을 제시한다”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통해 세태에 따라 흘려버리던 진부한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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