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수 청주시청세정과 주무관

신선수 <청주시청세정과 주무관>

10월 입니다.

봄은 땅속에서부터 올라오고 가을은 하늘로부터 내려온다고 하던데, 단지 달력 한 장 넘길 뿐인데도 공기와 햇볕, 구름, 대지 위의 나뭇잎들이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달력을 넘길 때면 세상 속 자신이 시곗바늘 추처럼 생각 없이 무언가의 이끌림으로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바쁜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바빠서인지, 온전한 내 삶의 주인으로 가지 못하고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마음’이라고 하는 것과 ‘세상’이라고 하는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몸 밖의 세상의 지배를 받아 세상이 내 마음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의 눈이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그 마음 그대로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공무원인 저는 청소 업무를 볼 때는 거리에 널린 쓰레기만 보이고, 체납징수업무로 번호판 영치를 할 때는 길거리에 서 있는 자동차의 번호판만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세상을 볼 때 온 우주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 봅니다.

다시 말해 세상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투시된 내 마음의 상태가 우리의 감정을, 행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렌즈 방향과 상태를 조절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달이 바뀌거나 해가 넘어갈 때면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바쁘다고 힘들다고 세상 탓만 하지 말고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의 원인은 내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것임을 다시 깨닫고 조율하는 시간을 갖곤 합니다.

불안 걱정 번민 등은 원래 내 것이 아니기에 내 안에 가두지 말고 원래 있었던 곳으로 보내버리면 됩니다.

내 마음이 쉬면 세상도 쉬고,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합니다.

세상에 불평불만을 갖기 전에 내 마음의 렌즈를 닦고 새로운 10월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더, 한 알의 사과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땅의 영양분, 햇볕, 비, 산소, 질소, 농부의 땀방울이. 이렇듯 내 안에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모두와 연결돼 있을 것입니다.

각자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느슨하게 혹은 단단하게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그 속에서 절망도 하고 눈물도 흘리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의 징검다리가 돼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10월이 ‘감사의 삶’이 되길 바라며,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가며 무심히 던지는 눈빛과 손짓으로도 위로와 위안을 받는 우리들임을 깨닫고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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