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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집단희생자에 대한 한 소녀의 추모사
풍향계/ 집단희생자에 대한 한 소녀의 추모사
  • 이석우
  • 승인 2018.10.22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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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시인
이석우(시인)
이석우(시인)

 

 지난 10월 14일 국민보도연맹집단희생자 합동위령 추모제가 괴산 보광초등학교에서 봉행되었다. 괴산 , 증평, 청주 지역 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유족회가 주관하고 괴산군에서 후원하는 행사였다. 이날 식전행사로는 아직도 해원에 이르지 못한 영현들과의 접신 의례가 펼쳐졌는데, 진혼무와 성주풀에 조금란, 이우순 무용가가 그리고 진혼가에는 윤용길 소리꾼이 출연하였다.

초헌관으로 제단 앞에서 영현들께 잔을 올리는 이차영 군수의 얼굴에는 비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는 집단학살은 국가권력의 남용으로 빚어진 불행한 일이었으니, 현 군정책임자로써 갖는 영령들에 대한 죄스러움의 감회였을 터이다.

이제관 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이 땅 위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제 유족들의 가슴에 숨겨왔던 아픔을 세상에 내보이려한다’며, 지난 6월 10일에는 민간인 희생자의 아픈 기록들을 묶어 “사람들 가슴에 무덤이 있다”라는 괴산 증평 청주지역의 보도연맹 진상보고서를 발간하였다고 밝히면서, 이는 모든 이들이 화합의 장으로 가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추모사에 임한 이차영 군수는 오늘 보도연맹사건과 적대세력 사건 등 억울하게 희생당한 217 위와 함께 희생 추정되는 1,000여 위의 무명영현께 합동위령·추모제를 거행하는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뼈저리게 경험했던 자유와 평화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하며 영령들 영전에 경건히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합동위령제가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 정립과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신뢰 사회로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날 추모관객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 것은 중평여중 2학년 조은주 학생의 추모사였다. 글을 읽어 내리는 사화자인 유족회 부회장의 목소리가 중간을 넘기지 못하고 촉촉이 젖어들어 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증평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주입니다. ”사람들 가슴에 무덤이 있다“라는 책을 읽고 나서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때의 일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여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너무나 잔인하고 처참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상상이 되지도 않는 사건이 제가 살고 있는 증평, 저희 할머니가 계시는 괴산, 제가 자주 가는 청주 등지에서 일어났다고 하니 절말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 아름답고 조용한 산골짜기에서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죄 없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하면 얼마나 억울했을지 제가 화가 날 정도입니다. 제가 이렇게 화가 나고 슬픈 감정을 느낄 정도라면 희생자의 가족 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요? 하나하나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의 진상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70여 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이 잘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져가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억울하게 가족과 친지, 친구와 이웃을 잃은 분들의 상처를 보듬고 전쟁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웃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다녔던 곳이 많은 사람들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보도연맹의 희생자와 가족 분들께 가슴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날의 참석한 이차영 괴산군수를 비롯하여 윤남진 도의원, 신송규 군의원, 김근수 괴산 향토연구회장. 김광호 민간인희생자 전국비상대책 위원장, 윤갑진 고문과 유족 둥 250 여명의 내빈은 어린 소녀의 티 없이 맑고 초연한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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