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티베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흔히 티베트 불교, 달라이 라마, 포탈라 궁, 눈의 사자, ‘사자의 서’ 등을 떠올릴 것이다. ‘

사자의 서는 티베트 불교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삶의 철학적 요소가 담긴 책이다.

심리학자 융은 ‘사자의 서’ 를 두고 가장 차원 높은 정신의 과학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티베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자의 서를 정독해보는 것이 좋다.

사자의 서 작가인 파드마 삼바바는 8세기 부처님처럼 고귀한 인도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출가해 미얀마, 아프카니스탄의 등지를 돌며 깨달음을 얻은 후 티베트 왕 티송데첸의 요청으로 티베트에 건너와 많은 법문을 남겼다.

티베트 불교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지금도 최고의 어른으로 불리며 붓다의 현신으로 칭할 만큼 티베트 불교에 있어 최고의 위치에 있다.

사자의 서는 20세기 초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였던 에반스 웬츠에 의해 서구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화제를 몰고 왔고 한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티베트 화폐 앞면에 좌·우 끝을 보면 원과 네모가 있는데 각각 정치와 종교를 나타낸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오른쪽 네모 그림은 사자의 서 경전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티베트 화폐에서 특히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눈의 사자’다. 중앙을 자세히 보면 두 마리의 사자 형상이 보인다. 눈의 사자는 실제 동물이 아닌 신화 속 동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무궁화가 민족혼을 상징한다면 티베트에서는 눈의 사자가 민족정신을 대변한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했을 때 서둘러 화폐 발행을 금지했던 이유도 눈의 사자가 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불교의 삼보에 의지해 어떤 어려움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한다는 뜻을 지닌

눈의 사자는 중국에서 볼 땐 저항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기에 서둘러 화폐를 폐지했다.

지금은 눈의 사자가 사자춤으로 전승돼 고전 무용인 ‘응온파이 돈’ 같은 종교적 색채가 짙은 춤과 더불어 티베트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렇듯 티베트 공동체에 있어 눈의 사자는 민족정신이며 민족을 아우르는 문화다. 눈의 사자는 지폐뿐만 아니라 옛 티베트의 국기에도 등장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뉴욕에서 세계에 티베트를 소개하는 활동을 하는 출판사 이름도 ‘눈의 사자’라는 점이다. 아마도 눈의 사자는 티베트의 독립의 날까지 그렇게 수호신으로 살아 움직일 것 같다.

눈의 사자 옆을 장식하는 무늬들은 티베트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길한 상징물로 흔히 사찰 탱화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일반 지폐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와 마분지와 같은 색감 때문에 부적을 연상케 한다.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티베트 화폐. 세계 여러 나라들의 화폐에 비해 조잡하고 크기도 들쑥날쑥 하지만 현대의 정밀한 인쇄기가 아닌 경전처럼 나무판에 새겨 찍어낸 화폐라서 다른 나라의 화폐와는 사뭇 구별된다. 이 까닭에 세계 수집가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