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최성택 전 제천교육장

 

한글은 세종 35년(1443년)에 창제하여 훈민정음이라 칭하고 1446년 반포한 후에도 여전히 한문이 문자 생활의 중심이었다. 16세기에 윤선도 <어부사시사>, 정철 <관동별곡>, 이황 <도산십이곡> 등의 시조와 가사에 한글이 부분적으로 쓰이다가 고종31년(1894년) 에 한글이 공식 문자가 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한글 말살정책에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일본의 탄압을 무릅쓰고 연구와 활동을 이어갔으며 그동안 언문, 암글, 국문 등으로 불리던 한글을 주시경 선생 사후 그의 제자들이 조선어연구회(1921년)를 만들고 1926년부터 한글날을 정해 기념함으로 ‘한글’이라 불리게 되었다. 최근에 고유의 말은 있는데 글이 없는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족이 한글을 사용함으로 한글을 수출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한글에 대한 신문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태국, 일본 미국, 우즈베키스탄, 대만, 호주에서 한국어를 선택 과목 정도로 배웠지만 최근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이 K팝 바람을 타고 한국학과 한국어과를 개설하여 수강이 급증하고 있으며 문화에 관해 가장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에서도 한국어과가 개설 된 중· 고등학교가 17개교 , 대학교가 4곳에서 올해 6곳으로 늘었으며 올해 9월 파리7대학 한국학과는 정원 130명에 1412명이 지원했다. 또 프랑스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선택 과목에도 한국어가 채택 되었다.

미국 현대 언어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6년 사이 미국 대학에서 중국어 (−11%), 독일어(−16%), 일본어(−5%)등 대부분의 외국어는 수강자가 줄었으나 한국어만 같은 기간 유일하게 65%가 늘어 한국어가 세계 10대 외국어에 들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튀빙긴대 등 6곳에 학국 학과가 설치돼 있고 하이델베르그대 등 9곳에 한국어 교양 수업을 운영하며 영국에서도 런던 대 동양아프리카 학 캠퍼스 한국학과는 40명 정원에 입학 경쟁률이 4대1로 비슷한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외국어 학습사이트 듀오링고(Dulingo)는 한국어 과목을 개설하자마자 수강생이 20만 명에 육박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런 현상은 경제의 발전에 따른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아울러 한글의 뛰어난 독창성과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서 배우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한글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록 되었다.

한글은 앞에 든 예와 같이 외국에서는 인기가 있고 영역을 넓혀 가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어 개선이 요망 된다.

첫째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한글 문제도 한글날 전 후 며칠만 거론되다가 잠잠해진다. 필자도 이 칼럼을 쓰기 전 몇 사람과 상의해보니 한글날이 지나갔기에 실기(失機)했다는 것이다. 언어란 생활 속에 익히는 것이기에 인간의 정신과 물질 그리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 늘 관심을 갖고 다듬어야 한다.

둘째 한글하면 세종대왕만 거론하는데 집현전의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선로, 이개 등을 통한 협업의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 사람의 협력 속에 한글이 탄생되었음을 기억하고 국민정신이 모아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셋째 프랑스는 1975년 ‘프랑스어 사용법’을 만들어 게시물과 심지어 언론 매체까지 외국어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외국인이 길을 물어도 프랑스어로 말하고 갈 뿐이며 지금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식당에서 영어로 음식 주문을 하면 좀처럼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프랑스의 이와 같은 자국어 보호정책은 그들이 문화강국임을 보여주는 한 예 이다.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지나칠 정도로 외국어를 많이 쓴다. 또 최근에는 저속하고 조잡한 비속어, 은어, 인터넷용어 등을 아무 생각 없이 유행 따라 쓰고 있다. 차제에 ‘우리말 규범’ 을 제정하여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고 살려야 한다.

넷째 모든 학문과 문화의 기본이 되는 것이 문자일진데 한글을 더욱 연구 발전 시켜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한글 수출국이 되어 세계 각 국에 한국어 원어민 교사가 많아 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주시경 선생은 “글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고 했다.

‘독도 지키기’ 못지않게 한글을 지키고 다듬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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