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 사회복지과 교수

 

추석연휴 중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대전에 문상을 다녀왔다. 상가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보니 생김새도 조금씩 변했고 사는 모습이나 하는 일도 다양했다. 학창시절과 딴판으로 변한 친구도 있었지만 거칠고 험한 세상을 막 살지는 않고 있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화제가 자연스레 건강, 돈, 권력, 명예, 자식문제 등으로 이어지다 종국에는 “개인마다 타고나는 운이 있는 것 같다”로 귀결되었다. 운을 타고나는 길흉화복이라고 한다면 유교에서도 오복이라고 하여 壽, 富, 康寧, 攸好德, 考終命을 이야기하고 있다.

재산과 관련하여서도 ‘10억대의 작은 부자는 노력을 하면 가능하지만 100억대의 큰 부자는 하늘이 내려야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실제 투자상담가들에 의하면 ‘부자들을 만나보면 재테크에 성공하거나 큰돈을 벌 때 개인 운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만 ‘개인 운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큰돈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자기가 큰돈을 번 것은 운이 따랐기 때문이고 그 운은 항상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자기의 재산을 관리하고 키울 실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후속조치를 취해야 더 큰 부자로 발전하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군대에서도 맹장보다는 지장이 낫고 지장보다는 덕장이 낫지만 가장 으뜸은 복장(福將) 또는 운장이라는 말이 있다.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장수가 전쟁에서 으뜸인 듯 해도 최고장수는 따로 정해져 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를 연합함대사령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그가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1905년 동해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전멸시켜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무신정변 이후 고관이 천한 노예에서 많이 나왔으니 장상이 어찌 종자가 있겠는가. 때가 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선동한 만적도 사실은 운(때)이 갖는 중요성을 알고 있던 사노(私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후배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 인사가 국회의원후보자로 공천을 받자 다들 코방귀도 안뀌었는데 대통령 탄핵사태를 계기로 당당하게 여의도에 입성한 현실을 두고 “대박 이야!”라고 자조하는 것도 운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운이란 살아온 과정에 대한 결과를 두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운이 있는 것이고 나쁘면 운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이 과거에 대해서만 확정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때론 미래에 대해서도 개연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바로 예언이나 점이다. 지나온 과거가 불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호기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현재 학철부어(涸轍鮒魚)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훔쳐보기 위해서 점집을 가거나 무당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각종 선거와 관련 택일을 하기 위해서 또는 국상을 치를 때 역술가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느 기업체에서는 면접 볼 때 이들을 배석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또한 일상을 그렇게 살 수도 없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다 보면 본인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경험한 것을 경시하고 미신에 빠질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운이란 보너스(bonus)와도 같다. 보너스는 우리들 삶에서 주류가 아니다. ‘인생 역전’에 대한 기대가 삶의 활력소는 될 수 있어도 삶은 여전히 99%의 노력과 1%의 행운으로 이루어진다. 격변하는 지식정보화사회에 세월은 언제나 무정하게 흐르고 변화는 비정하게 다가온다. 세상을 보는 안목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시류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운만 찾는다면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할 것이다. 변화를 읽어내는 지혜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면 운도 찾아온다. 인류역사와 성공한 사람들의 삶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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