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희 논설위원/소설가/한국선비정신계승회 회장

 

 

이번 란(欄)에는 우리가 아주 잘못 쓰거나 잘못 알고 있는 어휘에 대해 말 좀 해볼까 한다.

먼저 ‘뗑깡’이란 말부터 해야겠다. 이 덴칸을 많은 사람들이 ‘뗑깡뗑깡’하며 ‘생떼’나 ‘억지부림’쯤의 우리말로 알고 걸핏하면 “손자녀석이 어찌나 ‘뗑깡’을 부리는지..” 혹은 “그 사람 ‘뗑깡’이 어찌나 심한지..” 어쩌고 하며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뗑깡’은 생떼나 억지 부림의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 ‘덴칸(てんかん)’에서 온 것으로, 전간(癲癎) 또는 간질(癎疾)을 일컬음이다.

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지랄병’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 녀석이 어찌나 지랄병을 하는지가 된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말이다.

한데 이 ‘뗑깡’을 많은 사람들이 일상용어로 쓰고 있다.

이름만 대면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명사가 TV에 나와 ‘뗑깡뗑깡’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차다 못해 억장이 무너진다.

아니 어이가 없어 이거 큰일 났구나 싶다.

어쩌다 군자의 나라 근역(槿域)에 불한당 같은 일어 ‘뗑깡’이 뿌리를 내려 떡하니 버티고 있는가.

문득 백암 박은식(白巖 朴殷植) 선생의 ‘나라는 형(形), 역사는 신(神)’ 이라던 말과 단재 신채호(丹齋 申採浩) 선생의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대립 투쟁’이라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 마디 말로써 지자(知者)도 되고 지자가 안 될 수도 있어 언어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논어 자장편(子張篇)의 ‘일언이위지(一言以爲知), 일언이부위지(一言以不僞知)’도 생각난다.

아니 또 한 가지 있다.

한시외전(漢詩外傳)에 나오는 ‘초지광자초언(楚之狂者楚言)’이 그것이다.

이는 초나라 사람은 광인까지도 초나라 말을 사용한다는 뜻인데, 한나라의 말은 언제까지 변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일본말이 잘못 쓰여 우리말처럼 사용되고 있는 부끄러운 사례를 좀 들어보겠다.

‘가다마에~’, 우리가 흔히 ‘가다마이’라 부르는 양복 윗도리로 이를 편전(便殿)이라 하고 우리말로는 ‘외자락’이라 한다.

가봉(假縫)~시침질

간죠~합계. 회계

고수부지(高水敷地)~둔치

곤조(根性)~근성

기마에(氣前 )~선심. 호기(好氣)

꼬봉(分子)~부하

네다바이~사기, 야바위

노가다(土方)~노동자

닭도리탕~닭볶음탕

데꼬보꼬~요철. 울퉁불퉁

데모도(手元)~버저, 조수

도기다시(硏出)~갈닦이

료마에(兩箋)~윗도리 영복 겹자락

만땅(滿탱크)~한가득

부전(附箋)~찌지

분바이(分配)~노느매기

사부사부~살랑살랑

사루마다(猿股)~잠방이, 팬티

사시미(刺身)~회(膾)

소데나시(袖無)~맨팔, 민소매

쇼부(勝負)~흥정. 결판

시로우도(素人)~풋내기

시마이(仕舞)~끝내기

시보리(絞)~물수건

신마에(新前)~신참

쓰기다시(突出)~쑥 내보임. 입매안주

아다리(當)~적중

앗사리~산뜻이, 깨끗이

야메(闇)~뒷거래

야지(野次)~야유

에기스(津液)~뽑아내다. 빼어내다. 캐내다.

오뎅~꼬치안주

오야봉~우두머리

와리깡(割勘)~추렴

와리바시(割著)~나무젓가락

와사비~고추냉이

와이로~뇌물

요꼬도리~새치기, 가로채기

하꼬비~잔심부름

호리~도굴꾼

후미끼리(踏切)~건널목

히니꾸(皮肉)~비꼼

히야가시~놀림

이외에도 일본말을 우리말처럼 쓰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여기서는 우선 45개만 인용,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쓰고자 한다.

일본말 찌꺼기를 우리말로 알고 쓰는 이가 많은데 이는 우리가, 우리 국민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고쳐야 할 지상과제로서의 ‘정언적명법(定言的命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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