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살인 무기징역 전과자 30대 여성 장애인 속여 혼인 법원 “실질적 혼인의사 결여된 상태로 혼인해 무효” 판결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60대 전과자에게 속아 결혼한 뒤 학대까지 당하며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은 1급 뇌병변 여성 장애인이 법원으로부터 혼인무효선고를 받은 사연이 드러났다.

A(여·33·뇌병변 1급)씨가 B(62)씨를 만난 것은 지난해 가을 청주중앙공원이었다.

아버지가 일용노동을, 어머니가 식당보조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A씨 가족은 A씨를 보살필 여력이 되지 않았고, A씨는 집을 나와 수차례 공원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B씨는 당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 후 출소한 지 4달 정도 지났을 때다.

공원에서 A씨를 만난 B씨는 그의 환심을 사 동거에 이르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호가 필요하다’며 혼인신고까지 하게 됐다. A씨는 ‘보호해준다’는 말에 혼인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동의했다.

그러나 혼인신고 한 달 만에 B씨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귀가 후 A씨의 휴대전화 통화목록이 지워졌다며 흉기를 드는가 하면 이 일로 경찰이 출동해 보호시설로 가게 된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

그러던 중 B씨는 지난해 12월 노래방 여사장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돼 지난 6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1982년 살인과 미성년자 성폭행, 사체유기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후에도 성폭력 등으로 징역 4년 등을 받은 전력이 있는 흉악범이었던 점이 드러났다.

A씨의 어머니는 청주시가 운영하는 무료법률상담에서 명지성 변호사를 만나 이 같은 사정을 알렸고, 법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가사단독 이현경 판사는 24일 A씨의 어머니(54)가 낸 혼인무효소송에서 “장애인 A씨가 B씨와 결혼할 당시 실질적인 혼인의사가 결여된 상태에서 혼인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건을 무료 변론한 명지성 변호사는 “A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흉악범의 꼬임에 넘어가 혼인신고까지 하게 된 점이 너무나 억울하고, 딸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무료법률상담을 통해 한을 풀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명 변호사는 현재 청주시 고문변호사를 비롯해 충북변호사회 공익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A씨와 같은 어려운 시민을 위해 무료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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