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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F등급’과 다양성
동양에세이/ ‘F등급’과 다양성
  • 정예원
  • 승인 2018.10.28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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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원 청주시율량사천동 주무관
정예원 <청주시율량사천동 주무관>

청주에는 극장이 많은 편이다. 단순하게 포털에 나오는 극장만 8군데가 된다. 통합으로 확대된 지역사회의 규모에 맞게 대형 배급사의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해진 선호와 취향에 부합해 상영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시절, 한산한 극장에 혼자 앉아 영화를 보곤 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갑갑함이 점철된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독서실로 돌아와 쳇바퀴 같은 수험생활을 이어갈 힘을 얻곤 했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극장에 갈 여유가 없어 주로 TV의 영화채널을 애용하게 됐다. 그러던 중 어떤 채널에서 ‘F등급(F rated)’이라는 새로운 영화 평가방법을 소개했다. F등급은 2014년 영국의 배스 영화제(Bath Film Festival)에서 처음 소개됐는데 1. 여성 감독이 연출했거나 2.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거나 3. 여성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화라면 F등급을 받을 수 있고, 위 세 조건에 전부 만족하면 ‘트리플 F등급’이 된다고 한다.

기존에는 ‘벡델 테스트’라는 평가 방법이 있었다. 미국의 만화가인 앨리슨 벡델이 제안한 방법인데 1. 두 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해야 하고 2. 그 두 명이 서로 대화를 해야 하고 3. 그리고 그 대화는 남자에 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영화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테스트인데, 기준이 매우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엄청나게 적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이었던 기억이 있다.(박문각 시사상식사전에 의하면 2015년 기준 한국 10대 흥행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암살’, ‘도둑들’, ‘광해’, ‘해운대’, ‘괴물’ 등 5편이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를 보는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지만 다양한 영화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보완해 새롭게 제시된 방법이 F등급인 것이다. 영화, 배우, 텔레비전 드라마, 비디오 게임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에 등록된 영화들 중 F등급 영화는 총 2만 2982편이고, 그 중 551편의 영화가 트리플 F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눈에 띄는 영화로는 ‘겨울왕국’, ‘맘마미아!’, ‘제로 다크 서티’, ‘어둠 속의 댄서’, ‘헝거 게임’ 등이 있다. 나름 그 시기에 의미 있는 영화들이었고, 모두가 정말 재미있게 본 영화였기 때문에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 영화를 찾아보려 했으나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서구권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IMDb를 벤치마킹해 만든 한국영상진흥원의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KMDb)’에는 F등급을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확인하기 어려웠다. 검색 사이트에서 ‘한국의 여성감독’, ‘여성주인공’, ‘벡델 테스트’ 등을 키워드로 찾아본 결과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정도가 떠올랐다.

제작되는 영화의 수의 변화와 상관없이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영화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대형 배급사가 ‘밀어주는’ 영화 뿐 아니라 VOD서비스, 영화전문채널 등을 통한 진정한 ‘안방극장’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를 즐겨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양해진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다양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세상의 반이 여성이고, 영화라는 것이 워낙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매체이니만큼 벡델 테스트나 F등급의 등장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생겼으니 미처 몰라서 즐기지 못했던 영화들을 찾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돼 게으른 영화팬으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다. 앞으로도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준이나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영화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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