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회담은 세계를 놀라게 한 대사건이었고 세계사에 큰 획을 긋는 회동이었다. 빗장을 꼭꼭 걸어 잠근 채 세계와 단절하고 살던 공산국가인 북이 세상 밖으로 나왔고 대표적인 자유민주국가인 미국의 대통령과 만나 북의 비핵화 조치에 대하여 논의하고 전진적인 행보를 확약하였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바로 비핵화를 실행할 것 같은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후속 활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북의 비핵화 조치는 느림보 걸음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은 미국이 종전선언 및 체제인정 약속을 공표하면 비핵화 조치를 취하겠다는 선 정전선언 후 비핵화 실행의 입장이고, 미는 북이 비핵화 조치를 투명하게 취하면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제재를 철회하겠다는 선 비핵화 후 제재 철회의 입장이다.

싱가포르에서의 북미회담 이후 곧바로 북의 비핵화 조치를 통해 세계가 북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평화가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그것은 순진한 바람이거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정치란 그렇게 간단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고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 북미 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는 자유 민주국가를 대표하여 지구촌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북의 비핵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인데 비하여 북은 핵보유를 무기로 하여 자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경제발전을 비롯하여 많은 것을 얻어 냄으로써 세계 최빈의 늪에서 빠져 나올 기회로 삼고자 하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나 판단은 북 외무상이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의 연설이나 북의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논평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 안전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없이는 절대로 비핵화에 나서지 않겠다” 고 단언하였고, 조선중앙통신은 “종전선언은 우리의 비핵화 조치와 바꿔 먹을 수 있는 흥정물이 아니다.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 등이 그 예이다. 북은 비핵화를 통해 체제안정 이상의 이익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벼랑에 매달려 구명조끼를 애원해야 했던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싱가포르에서의 북미회담에 응했던 북이 이제는 위급상황에서 벗어나 안도의 숨을 쉬면서 미국이 깔아 놓은 판에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처음부터 북의 진정성을 의심하였지만 북이 이렇듯 자익의 극대화를 위해 몰염치한 행동을 집요하게 계속하리라고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국력을 비롯하여 모든 부문에서 북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 우위적 힘과 전력을 구비하고 있음으로써 북과 전쟁 운운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북이 알고 있으면서 종전선언에 매달리고 있으니 이는 넌센스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 나아가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적 지위에서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북으로 하여금 평화의 암적 존재인 핵을 포기케 하려는 것임을 북이 잘 알고 있다. 북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나 행동은 ‘전쟁 없는, 환언하면 평화의 지구촌 건설’을 구현하려는데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과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전쟁 없는 평화에 대한 염원이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국정최고 책임자는 북한을 두 번이나 방문하여 최고책임자와 회담하는가 하면 남북 고위급 관료들의 연석회의를 통하여 북의 비핵화 단행의 여건 조성, 북미 최고지도자 회담 및 협상의 ‘알선’, ‘운전자’ 내지 ‘조정자 역’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 등이 선두에서 펼치는 북의 비핵화 노력은 세계의 안정 및 전쟁 없는 평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모두 하나같이 뜻과 마음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구촌 전체의 현안 문제이고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북은 비핵화 조치를 놓고 세계를 상대로 더 이상 힘겨루기나 흥정의 장을 벌이는 소아적이고 소모적인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북과 전쟁을 하고 있지 아니한 상황에서 미국에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이고 넌센스이다. 이러한 억지주장은 중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담하게 비핵화를 실행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에 대한 예의이고 국가의 이념인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길이다. 궁극적으로 자국을 도약 발전하게 하는 길이디. 마이너스는 없고 플러스만 존재하는 길이다. 이 세상은 원래부터 전쟁이 없었던 곳이고 인류사회에서 타국이나 타 지역 등을 침범하는 전쟁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하늘의 뜻이고 지구촌의 대원칙이다. 북은 이에 순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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