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의 인구학적 조명 : 차우규(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차우규(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차우규(한국교원대학교 교수)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도 늙는다.

늙음(노화)은, 생물학적으로 정의하면, “한 개인의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생식력이 감퇴되고 사망률은 증가되는 진행성의 기능 상실”로 정의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들어가면서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늙어감’은 죽음에 점차 가까이 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한다. 늙음에 대한 불안감은 죽음 외에도 신체적 건강과 경제력의 상실 불안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힘의 상실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회 차원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 사회의 연령별 인구 구조에 따라 그 사회의 늙음(고령화)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서면서 매우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자 비율은 14%로서 ‘고령사회’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 이후 초저출산의 장기 지속과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자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우리 사회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이라고 하는 ‘인구절벽 현상’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 여러 사회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인구가 줄면 이후 적어진 인구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성장도 감소한다. 개인의 지갑 사정이 나빠지면 출산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성장이 멈추면 출산도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다. 이는 반복적인 악순환을 낳는다.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 개인은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노동공급을 약화시켜 사회 전체로는 저성장의 환경에 놓이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은 우선, 생산 활동인구의 감소, 노동인력 구조의 고령화, 생산력 저하 등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노인 가구비중이 늘면서 저축률 하락과 자본 공급 축소 등으로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이광래, 2003) 그 외에도, 생산가능인구의 사회 부양부담이 더욱 커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부양자 수는 급증하고 부양해야 할 인구수는 급감하므로 자연히 부양자의 각종 부담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인구 보너스(Bonus) 시기에서 인구 오너스(Onus) 시기로

한국은 1970년대 이후 약 40년간(1970~2011년) 평균 7.2퍼센트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 배경은 복합적인데 국가주도의 성장 전략으로 자본 재배분과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이 주효했다. 이때 유력한 성장변수는 인적자본으로 요약되는 ‘인구’ 호재였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저임금의 인적자본이 성장 확대와 맞물려 생산 현장에 투입되면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즉, 인구 보너스(Population Bonus)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이다. 높은 출생률 → 인구 연령구조의 젊음 → 현역 노동인구 증가 → 경제성장에의 기여의 흐름을 유지하며 선순환을 부른 인구구조의 덕이다. 특히, 주로 젊은 연령대가 주를 이룬 인구구조는 저축률을 향상시키고 자본금의 축적을 용이하게 해 경제성장에 공헌하는 바가 컸다.

반대로 현재의 저성장 기조는 국민생활과 직결되어 일상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다 줄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 기업 역시 임금을 올릴 여력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실질적으로 소득감소를 겪게 된다. 이어 소득감소는 소비의 감소를 불러오고, 이것이 다시 기업에게는 실적 하락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기업은 다시 고용을 줄이거나 감축하게 된다.(성장 감소 → 소득 감소 → 소비 감소 → 실적 하락 → 고용 악화).

그 결과가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등의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저성장과 인구병(人口病)과의 상호관련성이다. 발전 초기에는 적정 수준을 넘어선 거대인구가 경제성장의 뒷덜미를 잡았겠지만,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데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떤 경제전망도 인구통계만큼 효율적이지 않듯 이는 미래예측과도 직결된다. 인구가 성장의 핵심변수인 까닭이다.



●고령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고령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할 제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첫째,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건강하고 젊은 고령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령자의 연령을 현행대로 65세로 그대로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령자는 좀 더 연령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연금수령 시점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 스스로도 지금까지 수혜대상이었던 위치에서 벗어나 시혜주최자로 전환해야 하며, 보호대상에서 사회적 보호역할자로 새로운 노인상을 정립해야 한다. 또한 많은 고령자들이 직장이나 사회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 및 의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소일거리 없이 연금으로만 살아가는 것은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자들이 자신의 체력과 정신 역량에 맞추어 적절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거리를 만들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가 매우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변화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고, 2050년 이전에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자와 초고령자의 급증 속에서 그들을 돌보아줄 보호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도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해외 이민 정책이고, 또 다른 하나는 로봇산업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직업구조도 많이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직업이 필요할 것이며, 그런 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과정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변화에 맞추어 진로 및 직업교육도 변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빈곤한 독거노인의 증가, 치매 등 노인병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증가 등의 추세 속에서 사회복지가 필요한 고령자들을 위한 정책들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보호와 복지 제공이 필요한 고령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고령화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우리 사회에서 노인차별을 사전에 중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 생산성 증가, 사회적 비용의 감소, 소통의 활성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노인에게는 자아통합감의 증가, 성공적 노화의 달성, 삶의 만족도 증가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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