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책임 부정 일본판결 국내 효력 없어”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청구권 소멸 안 돼”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피해자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피해자들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13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 각각 1억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했던 서울고법 판단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배상책임을 부정한 일본 판결이 국내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고 전제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 헌법 가치에 반한다는 취지다.

사건 쟁점인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 여부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었다. 신일철주금이 옛 신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다른 회사이고 소멸시효가 끝나 배상 책임이 없다는 일본 측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이 사건은 원고 중 세상을 떠난 여씨와 신천수씨가 1997년 일본 법원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이후 여씨 등 4명이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지만 1,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고,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도 이듬해 7월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징용 피해자들의 유사소송이 국내에서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법원에 2건, 서울고법에 1건 등 10여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배상책임을 부인해 온 일본 측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강경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에 긴장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고노다로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반발했고, 일본 외무성은 대법원 판결 직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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