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원들 ‘세종경유 호남선 직선화추진모임’ 구성
충북 “정치적 이슈 만들 필요 없다”…맞대응 자제

3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세종역 포함 호남 KTX 단거리노선 신설 및 지역 현안 논의를 위한 호남국회의원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속보=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세종을 경유한 호남선 KTX의 직선화를 요구하고 나서 충북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31일자 1면

국내 유일 KTX 호남선과 경부선 분기역, 세종시 관문역 역할을 해온 충북 오송역의 위상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 의원들은 31일 국회에 모여 천안과 세종, 공주로 연결되는 호남선 단거리 노선 신설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이날 “호남 KTX노선이 오송역을 우회함에 따라 호남에서는 접근성과 비용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세종역을 신설하고, 세종역을 경유하는 호남선 KTX 노선 직선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평택∼오송 간 KTX 복복선화 예비타당성조사에 천안과 세종, 공주로 이어지는 신설 노선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경유 호남선 KTX직선화추진의원 모임’을 구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KTX세종역신설백지화를위한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등은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긴장하고 있다.

세종을 경유하는 호남선 KTX의 직선화가 추진되면 그동안 세종시의 관문역과 KTX 호남선 분기역 역할을 한 청주 오송역의 위상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론된 KTX 세종역 신설 주장보다 오송역이 입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주장은 현재 KTX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직선 노선이 생기면 오송역 정차 횟수가 큰 폭으로 준다.

더욱이 KTX 세종역 신설을 놓고 빚어진 세종시와 충북의 갈등에 호남까지 가세하는 양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오송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세종역 신설을 반대했던 충북은 더 큰 암초를 만난 셈이다. 역 신설을 추진하는 세종시가 호남선 단거리 노선에 찬성하고 나설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충북 비대위와 충북도, 정치권은 호남 의원들의 주장에 맞대응은 자제하려는 분위기다.

현재 정부가 세종역 신설이나 호남 KTX 노선 직선화 등을 검토하지 않는 상황에서 충북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도리어 논란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KTX세종역 신설 논란의 확산은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 충북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두영 비대위 운영위원장은 “오송역과 KTX 노선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적 합의로 결정된 것으로 새로운 노선이나 세종역을 신설하자는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세종역 신설 등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듯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중심을 잡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슈화시키는 문제에 대한 대응은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조찬회동을 한 충북출신 여·야 국회의원들도 "세종역 신설과 천안∼공주 KTX 호남선 신설은 명분과 실리가 없는 부당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세종역 신설 등의 문제가 정치 쟁점화 되는 것이 충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차분하고, 합리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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