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찬 인석실업 대표

가을이 깊어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꽃 국화. 늦가을 모진 서리를 이겨내고 끝내 꽃을 피우는 국화를 보며 옛 사람들은 심신을 정화시키고, 정신을 수양했다고 한다.

매년 가을이면 직접 기른 추국(秋菊)의 오색빛깔 아름다운 자태와 진한 향기를 지역주민들과 나누는 이가 있어 화제다. 이중찬(64·사진‧청주시 상당구 탑동) 인석실업 대표가 주인공이다.

건설화학자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15년 전부터 취미로 사무실 옥상에서 국화를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 안정, 수양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매년 청주 곳곳에서 국화전시회까지 열고 있는 지역에서도 소문난 국화 애호가가 됐다.

2010년 새마을부녀회와 함께 당시 거주했던 아파트 단지 내 광장과 문화센터에서 불우이웃돕기 전시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청주흥덕구청, 충북경찰청, 흥덕경찰서, 상당경찰서, 청원경찰서, 상당신협 등 지역 곳곳을 순회하며 수차례 전시를 열었다.

특히 경찰과의 인연이 깊다. 고된 일을 하는 경찰은 물론,경찰서를 찾는 시민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거의 매년 전시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경찰청을 비롯해 각 경찰서에서 연 전시만 해도 15회에 이른다. 지금도 상당경찰서와 청원경찰서에서는 이 대표가 기른 국화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다. 다륜대작, 분재작 등 70여점의 국화가 내뿜는 그윽한 내음은 경찰서의 딱딱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며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가 ‘국화애호가’가 된 것은 2000년대 한 관공서에서 화분을 받아 키우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국화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었던 탓에 어려움도 많았고, 볼만하게 꽃이 피는 데는 무려 4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10여년에 걸쳐 스스로 터득했고 그 결과 어느 누구에게 보여도 찬사를 받는 꽃을 피우게 됐다.

국화를 키우며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급했던 성격이 느긋해진 거다.

“빨리 꽃이 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조급하게 이것저것 많이 해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때가 되어야 꽃을 피우는 국화를 보며 느긋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삶이 느긋해지니 주변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법도 알게 됐습니다.”

10여년간 매년 전시회를 가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2009년 청주흥덕구청에서의 전시다. 당시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며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였다.

그는 “그때 흥덕구청 로비에 국화를 전시해 놓고 신종인플루엔자 여파로 구청 내 보건소를 찾는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안정과 휴식의 기회를 선사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고 회고했다.

국화는 다년생 화초지만 매년 꽃을 새로 피워야 하기 때문에 봄부터 정성을 다해야 가을에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그는 비닐하우스 같은 재배 시설을 따로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전히 회사 건물 마당과 옥상에서 비바람, 햇볕을 고스란히 맞혀가며 자연적인 방식으로 기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 수목원에서 이 대표에게 특별히 부탁해 국화를 기증받아 가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손길을 거친 국화는 아름답기로도 소문이 난 탓에 함께 동호회를 만들어 보자는 제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기술도, 지식도 없고, 취미로 가꾸는 것일 뿐이라며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그는 “동호회 결성은 아마도 더 나중 일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국화를 기르며 자기 수양을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꽃향기와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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