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선 철도 고속화·세종역 신설 ‘양날의 검’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KTX세종역 신설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충북도와 세종시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 제출 요구로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각 시·도별로 접수 받고 있는 예타 조사 면제가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은 충북선 고속화와 중부고속도로 확장 등 답보 상태인 현안 해결의 기회가 되는 반면,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세종역 신설도 검토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고민이 깊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 기획관리실장 회의를 소집해 지자체별 현안 가운데 예타 조사에 묶여 진행을 하지 못한 사업에 대해 각 2건씩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통령 지역공약을 우선순위로, 시·도 단위를 넘어 파급효과가 큰 사업을 선별해 검토할 예정이다.

충북도는 경제적 타당성이 안 나와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북선 철도 고속화와 중부고속도로 확장을 이번 기회에 해결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는 청주 오송역에서 제천시 봉양읍 간 현행 시속 120km를 240km으로 향상시키는 사업으로 1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충북선이 고속화되면 국가X축이 완성돼 강원과 호남을 5시간에서 3시간대로 줄이는 효과가 발생해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정부를 설득해 왔다.

하지만 올해 말로 예정된 1단계 구간(청주공항~ 충주 52.7km) 예타 결과 발표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할 것으로 판단, 정부와 여당에 예타 면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2004년부터 이미 예타 결과 B/C(비용편익분석)가 1 이상(1.261)이어서 현재 확장이 됐어야 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신설 계획 발표로 10년 가까이 끌어오다 지난 해 증평IC~서청주IC간 확장사업에 겨우 착수한 상태다.

충북이 저지해야 할 세종역 신설도 예타 면제 사업으로 검토될 수 있다는 것도 관심사다.

세종시 입장에선 최근 호남 정치권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세종역 신설’ 주장을 등에 업고, 세종 뿐 아니라 호남 편익을 위한 사업임을 내세워 예타 면제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2월과 8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시 이전도 추가 수요의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춘희 세종시장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칠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며 “세종역 설치문제가 정부의 지침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발표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는 경제성이 낮았지만 이후 상황 변화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부부처 추가 이전, 국회 분원 추진, 대전 서북부 주민 이용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타 면제를 위해선 주무 부처와 기획재정부 면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세종역이 그 대상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충청권 4개 시·도의 합의가 없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와 민주당 소속 충북 국회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세종역 신설 등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정부의 공식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세종역만 주장하다 다른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예타 면제 사업 선정에 숙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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