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권·경제계 ‘직선화 신설’ 실력행사 본격화
세종시 예타 면제 신청 추진…출구전략 마련 분주

KTX오송역/동양일보 자료사진
KTX오송역/동양일보 자료사진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 충북도가 ‘KTX세종역 신설 논란’과 관련, ‘명분이냐’, ‘실리를 찾느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초 세종역 신설 저지에 집중했던 충북도는 최근 예상치 못한 호남의 강공까지 더해지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7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KTX 호남선 단거리 노선 신설을 추진하는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선다.

최근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을 구성한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오는 14일 이낙연 총리를 만나 천안에서 오송이 아닌 세종을 거쳐 호남을 잇는 단거리 새 노선 신설을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오송역 경유 탓에 손실이 크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익산·광주·목포·순천·여수·광양 등 호남지역 상공인들도 직선화 노선 신설을 촉구하는 등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6일 성명을 내 “정부가 평택~오송 간 선로의 포화를 위해 추진하는 복복선화를 반대한다”며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호남권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호남선 KTX 최단 노선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도 ‘세종역’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으로 선정, 건의할 것으로 알려져 충북도의 대응도 새 국면을 맞았다.

단거리 노선 신설이 현실화되면 오송역은 KTX분기역 입지를 잃게 되고 세종역 신설까지 더해진다면 충북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세종의 주장대로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세종역을 만들면 상대적으로 오송역의 피해가 덜할 것이란 의견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시종 지사는 지난 6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충북의 입장에서는 사실 KTX 호남선 신설 주장이 더 곤혹스럽다”며 “정치쟁점화 되는 것은 충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충북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욕하는 것보다 세종에서 ‘지역이기주의’라며 이시종을 욕하는 게 더 많다”며 “그동안 세종과 호남의 입장을 너무 생각하지 않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이 같은 발언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느냐 하나라도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출구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즉 경우에 따라서는 세종역을 내주더라도 호남 단거리 노선은 막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충북도와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이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세력 등 모든 면에서 역부족인데다 세종시가 세종역 신설을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사업으로 기재부에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더 이상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 기획관리실장 회의를 갖고 지자체별 현안 가운데 예타 조사에 묶여 진행을 하지 못한 사업에 대해 각 2건씩 예타조사 면제대상사업‘ 신청을 받기로 했다.

세종역 신설이 충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남선 직선화’로 새 국면을 맞이한 데다 정부가 최근 경기 침체와 고용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 부양책으로 그동안 축소·보류됐던 사업들을 사회간접자본(SOC)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번 세종역이 예타 면제 대상사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역 신설이 불가피한 흐름이라면 논란이 재점화 됐을 대 오송역 활성화 대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매듭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지사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세종특시지원위원회’에서 “세종시 빨대현상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충청권 일대에 교통뿐만 아니라 기관·산업·교육기능 등의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며 개선대책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북도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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