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때부터 일상적 성희롱·추행 시달려”
“정치 뜻 없어…정치권 영입제의 거부도”
현직검사 첫 출연…서지현·박병규 검사도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 박병규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팟캐스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에 출연했다. 현직 검사의 팟캐스트 방송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팟캐스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 캡처>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임은정(44·사법연수원 33기)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가 시민단체의 팟캐스트에 출연, 검찰 내부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12일 ‘호루라기 재단’이 공개한 팟캐스트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호부사)’에 출연해 조직 내 부조리 등에 대해 털어놨다. 현직 검사의 팟캐스트 방송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에는 임 부장검사와 함께 검찰 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45·연수원 33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 전·현직 검찰간부를 경찰에 고소해 인사 불이익을 받았던 박병규(45·연수원 29기)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출연했다.

임 부장검사는 “초임 때 술자리에서 부장이 입술에 뽀뽀를 한다거나 부산에서도 볼 뽀뽀를 했다. 솔직히 그때는 참았다”며 “성추행 사례가 하도 많아서 일일이 다 문제 삼으면 검찰청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서 검사도 “회식이나 점심식사, 차 마시는 자리 등 일상에서 성추행과 성희롱이 다반사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 내 부조리 문화 등에 대한 비판을 하면 ‘정치를 하려고 그러는 것’이라는 음해공작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임 부장검사는 ‘공익제보 검사는 왜 불출마 선언을 하는가’ 제목의 팟캐스트에서도 “윗선에서 퇴직을 권유했을 때 정치권의 영입제의가 들어왔지만 거부했다”, “불출마 선언을 하라는 말도 들었다”고 공개했다.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안 한다고 믿을 것도 아니고 국회가 아니라 검찰 안에서 하는 것도 정치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 역시 미투에 나선 자신을 불편하게 여긴 검찰조직이 ‘정치에 뜻이 있어 그렇다’고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는 지난 5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 외압 의혹과 관련 미승인 기자회견으로 폭로한 안미현(39·41기) 검사의 징계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임 부장검사는 “징계절차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며 “내년에 적격심사가 예정돼 있는만큼 인사 불이익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부장검사는 상급자의 무죄구형 지시에 반발해 백지 구형, 검찰총장 퇴진 운동, 광주 인화학교 성추행 사건을 단죄한 ‘도가니 검사’로 유명하다. 그는 앞서 지난달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을 받은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검찰 고위간부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견된 일이라 놀랍진 않지만 참 부끄럽고 참담하다”는 내용의 비판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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