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근/ 취재부 차장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교무부장이 시험문제를 빼내 쌍둥이 딸에게 전달한 이른바 ‘숙명여고 사태’가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의혹은 지난해 1학년 1학기 각각 문·이과 전교 59등, 121등이던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이 올해 1학기 나란히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중간·기말고사에서 야근을 하며 혼자 교무실을 지키고, 쌍둥이가 화학시험에서 출제교사가 잘못 표기한 정답을 적은 점 등 증거정황이 드러났지만, 아버지와 쌍둥이 딸들은 끝까지 부인했다. 아버지의 잘못된 자식사랑이 파국을 부른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얼마 전 광주의 한 고교에서 학부모가 행정실장과 짜고 시험지를 빼돌리는 사건도 있었다.

현행 수시 위주 대입제도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쌍둥이들과 같은 학년인 현 고2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은 모집인원의 77.3%를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그 가운데서도 학생부 종합전형이 ‘대세’다.

학부모의 불신감은 커지고 있다. 내신과 대입이 직결되는 시대에 성적·수행평가 등이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으니 학부모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충북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선 ‘사교육 1번지’로 꼽히며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내신경쟁이 이뤄지는 강남 대치동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다른 곳은 오죽할까 싶다는 말도 나온다.

불같은 학부모들의 분노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여기에 하나 더! ‘수능’에 대한 불신을 줄여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전면 개선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숙명여고 사태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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