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청주대 하면 한수 이남 최고의 명문 사학이 떠오른다. 광복이후 4년제 대학으로는 전국 최초로 인가를 받았고 한수 이남 사학 가운데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어서다.

1947년 청주상과대학으로 개교한 청주대는 1951년 처음으로 3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후 근 70년동안 10여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역사가 길다보니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이 많고 그것은 곧 청주대의 힘이 됐다.

그런데 지금의 청주대 자화상은 정말 그럴까. 지역에서 청주대가 중심을 잡고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청주대는 지난 8월 말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성공했다. 4년 연속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부실대학 오명을 뒤집어 쓴 상황에서 천신만고 끝에 ‘정상적인 대학’으로 서게 된 것이다. 이로써 청주대는 정원 감축 권고없이 내년부터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재정을 지원받게 된다.

앞서 2014년 평가에서 청주대가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 것은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학사 운영지수를 제외한 교육비 환원율, 교수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 거의 모든 평가지표애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은 취업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교수들은 각종 연구사업에서 배제돼 그야말로 구성원 모두가 굴욕을 맛봐야 했다.

총학생회와 교수회, 직원노조, 총동문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총장과 이사진 퇴진운동에 들어갔다. 한수 이남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자부해 온 청주대가 4년제 대학 하위 15%에 속하는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됐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이들의 분기는 당연했다. 총장실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당시 김윤배 총장이 폭행당하는 사건까지 빚어졌다. 그 사이 총장이 세 번이나 바뀌는 홍역을 치렀고 급기야 교비횡령혐의로 기소된 김 전 총장은 징역형이 확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일부 외부세력이 소위 청주대를 ‘접수’하겠다며 준동하면서 일은 더 꼬여갔다.

위기감을 느낀 학생, 교수, 직원, 동문 등이 나서 화합과 교육여건개선에 주력해 부실대학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 청주대를 흔들려는 일부 세력 때문에 청주대 사태는 아직도 온전히 끝났다고 볼 수 없다.

지난 8일 끝난 청주대 52대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이 단적인 예다.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교직원, 교수회, 노조, 총동문회, 시민사회단체가 개입했다는 게 골자다. 중심엔 상반된 입장인 총학생회측과 총대의원회 의장이 있다. 이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를 향한 폭로전을 벌였다.

총학생회측은 한 후보의 추천인 명부 조작과 총동문회 임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사문서위조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특히 총학측은 교수회(2명), 교직원노조(2명), 시민사회단체(2명)가 노골적으로 개입한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했다며 진상조사후 사법기관에 수사의뢰할 방침이라고 한다. 총학측은 총대의원회 의장이 자신의 장학금 횡령 비위를 덮기 위해 교직원 선거개입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고도 했다.

총대의원회 의장 역시 교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후보를 위해 독단적으로 선거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순수하게 치러져야 할 학생회장 선거가 외세 개입으로 진흙탕으로 변질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만큼 총학생회장 선거 후유증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학교측의 대응이 이상하다. 총학생회장 선거가 후보자끼리 갑론을박하면서 캠퍼스가 과열양상으로 흐를 수는 있다. 하지만 외세 개입으로 학생들끼리 분열되고, 나아가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돼 겨우 정상화하는 길목에서 또 다시 학교발전을 발목 잡는 일이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즉각 학교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더욱이 교직원도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지 않은가.

청주대가 지난 4년동안 그렇게 당한 수모를 잊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한수이남 명문사학이라는 타이틀을 지워야 한다. 정성봉 총장의 의지에 청주대 자존심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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