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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칼럼/사라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동양칼럼/사라진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 이경용
  • 승인 2018.11.14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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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원래 중국에서는 하늘이 높고 푸르며 초원에 기른 말들이 살이 찌면 북방 흉노족이 쳐들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경계의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 와서는 맑은 공기 푸른 하늘 아래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낭만적 이미지로 바뀌었다. 아마도 지리적 여건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가을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시인은 가을 하늘을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려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라고 읊었다. 그런데 요즘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르름은 고사하고 온통 뿌연 잿빛 하늘이다. 시민들은 ‘세상의 종말 같다’, ‘이민 가고 싶다’는 격한 반응을 쏟아낸다.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는 것은 대기 중에 태양광선의 산란을 방해하는 오염물질이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이 오염물질이 먼지이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대기 중에 먼지가 없었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먼지는 발생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되는 데, 첫째 흙먼지, 식물의 꽃가루 등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있고, 둘째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인위적 먼지가 있다. 자연적 먼지의 대표 격이 황사이다. 봄철 중국과 몽골의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 모래와 흙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와 떨어지는 것이 황사이다.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한양에 흙이 비처럼 내렸다’는 기록이 있듯이 황사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 역사와 함께 하였다. 자연적인 먼지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데 황사도 없는 늦가을에 하늘이 뿌옇게 변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먼지, 즉 미세먼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공장이다. 그 다음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오염원에서 많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경제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 미세먼지이다. 만약 지금의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가을 하늘을 보고 천고마비라고 하는 말은 사전에서 사라질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어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의 국외 영향이 평상시에는 30∼50% 정도이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경우에는 60∼80%로 증가한다고 한다. 최근 미세먼지 발령이 잦은 것도 중국에서 겨울철 난방을 시작하면서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이제 단순히 가을에 푸른 하늘을 볼 수 없어 온 국민이 이렇게 호들갑인가? 그것은 아니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 지금이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이중 미세먼지를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그 이유는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지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 내 기관지 및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각종 폐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환경연구소는 한 해 42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해 발표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50년에 도시 대기오염이 물 부족과 위생 상태 악화보다 큰 사망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방하였다. 미세먼지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마다 재난 상황에 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그 만큼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공공 경유차 제로화,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배출 최소화 등의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들 대책을 볼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는다. 미세먼지 대책은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청정연료 중심으로 바꾸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장기 비전을 가지고 끈기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비전은 보이질 않고 임기응변식 단기 대책만 나열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었다. 프랑스가 2040년까지 경유 휘발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장기 비전이 우리에게도 절실해 보인다. 아울러 중국 미세먼지의 국내 대기오염에 대한 기여를 조속한 시일 내에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중국에 요구할 것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미적미적 거릴 여유가 없다. 이는 남북이 협력하여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사업 중의 하나라고 본다.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말들이 풀 뜯는 천고마비 가을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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