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사업체서 재하도급·명의 대여…47억 국비 챙겨
법원 “납세자인 국민이 피해자”…직원 4명도 집유 2년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수십억원의 국가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21부(송인혁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청주산단의 한 기계설비업체 대표 A(65)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와 함께 기소된 업체 직원 4명에게는 징역 10월~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업체에게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등은 2010~2016년 한국에너지공단 산하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추진하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의 시공기업으로 참여, 자신들이 맡은 공사를 재하도급하거나 도급업체에 명의를 빌려줘 시공하게 하는 방법으로 모두 4개 공사와 관련해 47억1400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건설산업기본법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해 건설공사를 수급 또는 시공하게 할 수 없고,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을 다른 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A씨의 업체를 대신해 공사를 맡은 업체 중에는 무자격업체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국비 보조금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센터에 지열난방설비 설치공사 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허위로 꾸며 제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액의 국비 보조금을 편취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편취한 보조금 액수가 수십억원에 달해 피해 규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납세자인 국민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하수급업체들의 시공으로 인한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자료를 찾을 수 없고, 센터도 참여시공기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과실이 일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비록 공단 이사장의 개인 회사에서 불거진 것이지만 공단을 이끄는 최고위 간부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공단의 도덕성과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지역 산업·경제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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