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작품 30편에 문우들의 추모글 실어

1997년 2회 괴산문학 백일장 행사장에서.(왼쪽부터 김문수 시인, 조정주 시인, 김순영 시인, 연영태 시인, 이연자 시인)
1996년 '문학의 해' 행사를 마치고. (뒷줄 왼쪽 첫번째가 조정주 시인)
1998년 동양일보 주최 충청북도 순회명사시낭송회 괴산행사를 마치고.(맨 왼쪽 첫번째가 조정주 시인, 이원종 충북지사, 유성종 교육감, 김문배 괴산군수 등과 함께)
1996년 괴산을 찾은 충주문인들과 함께.(앞줄 가운데가 조정주 시인) <뒷목문학회 제공>
뒷목문학 47집.
고 조정주 시인.

(동양일보 박장미 기자) 송평리의 봄

조정주

아파하는 날 개 짓의 겨울새는 가고

흙내음 가녀린 바람결로

봄은 텅 빈 고향 우울한 들녘에

시린 눈물로 돋아나서 은밀하게

젖은 바람과 젖은 햇빛과 놀아나고 있다



욕정의 탐욕스러운 살 냄새를 풍기며 오는 바람

시절은 달콤한 언어 무성한 빈 이야기지만

맨살의 고향 은행나무가 끝에서 그저 펄럭이고

골목마다 묻어나던 인정 소문만 무성하다



순수한 부리도 부러진 채 텃새 되어 노는

아이들의 어깨위로 내 유년의 기억들이

비듬 되어 떨어지고 비닐하우스 궁전

달내 냉이 꽃다지도 서양 꽃이 되어

돌아서 피는 소외의 서러운 고향 들녘



겨우내 앓던 생인 손톱으로 문이 반쯤 열리고

열려진 문틈사이로 언 듯 비쳐 오는

거기, 착한 농부의 봄 하늘

봄빛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송평리 은행정

산전뙈기 몇 평 그늘에서 졸고만 있다.



뒷목문학회(회장 안수길)가 최근 동인지 ‘뒷목문학’ 47집을 펴냈다. 이번호에는 2017년 12월 12일 세상을 떠난 고 조정주 시인을 추모하는 ‘조정주 시인 추모 특집’이 마련됐다.

고인은 지난해 12월 12일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67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1950년 충북 괴산군 문광면 출생인 고인은 1990년 ‘문학세계’로 등단했다. 괴산문학회 창립의 주역으로 초대회장을 지냈고 괴산 농협 상무를 역임했으며 2010년 ‘뒷목문학회’에 입회했다. 2001년에는 8회 괴산군민대상 문화체육복지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시집 ‘오후의 제재소’ 등이 있다.

조 시인이 작고한 이후 그의 컴퓨터에서는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30여편의 시가 발견됐고, 뒷목문학회원들은 이 작품들을 입수해 ‘조정주 유고시집’으로 엮어 이번호에 담았다.

△송평리의 봄 △여름 송평리 △겨울 송평리 △송평리 우리 산 △가을산 △여름 화양동 △무창포에서 △종이비행기 △오월 편지 △다시 괴강에서 △시작 △나도 탑! △초생달 △겨울 일기 △겨울안부 △모래재를 오르며 △겨울 백곡 △어떤 귀가 △입동이후 △아! 봄 날 △동백섬 동백꽃 △지우기 연습 △사다리 △송평리 민들레 △땅끝에서 △가을 백곡 △첫눈 △가을 동화 △가을 송평리 △가을안부 등이다.

뒷목문학회 관계자는 “시 원고를 차례로 정리한 것으로 보아 시집을 엮으려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각 편마다 본인의 이름을 달아놓은 것으로 보면 청탁에 응하기 위한 정리인 것으로도 보인다”며 “평소 과작(寡作)이어서 애정을 쏟던 ‘뒷목문학’에도 작품을 내지 못했던 해도 있어온 터라 발견된 유고(遺稿)들은 ‘조정주의 시세계’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추모글을 한편씩 썼다. △김길자 수필가 ‘천국으로 띄운 이메일’, △김다린 수필가 ‘아픈 그 이름 조·정·주’ △김묘순 평론가 ‘그랬다’ △박희팔 소설가 ‘-조정주 문우 비병에 부쳐- 진정 갔는가?’ △신영순 시인 ‘J시인 에게’ △안수길 소설가 ‘송평리 은행정에도 당신은 없네요’ △유영선 동화작가 ‘순한 눈빛의 천상시인... 이제 편히 쉬세요’ △윤상희 시조시인 ‘조정주 시인’△윤현자 시조시인 ‘진짜? 정말이야!’ △조철호 시인 ‘그 송평리 은행나무를 찾아서-고 조정주 시인 1주기를 앞두고’ 등 10명의 문우들은 편지로, 시로, 수필로 고인을 추모한다.

뒷목문학회는 1주기인 오는 12월 12일을 전후해 그를 기리는 추모시비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13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자인 박명애 수필가를 특집Ⅱ‘에서 집중조명하고 있다. 동양일보와 뒷목문학회는 충북여성문학발전과 여성문인들의 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전 문학 장르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작품을 발표한 여성문인 1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박 수필가는 수필 ’겁나게 그말‘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특별 제작된 황금펜촉패를 받았다.

특집Ⅲ에는 김철호·리임원·박춘월·심명주·허동식씨 등 중국 조선족 문인 5명의 시를 볼 수 있다.

이밖에 나기황·서은경·신영순·심재숙·이송자·조철호·최덕순 회원의 시, 윤상희·윤현자 회원의 시조, 김길자·김다린·반숙자·조성호 회원의 수필, 박희팔 회원의 소설, 안수길·유영선 회원의 칼럼, 김송순·한상남 회원의 동화, 김묘순 회원의 평론도 실었다.

1만2000원. 276쪽. 박장미 기자



*뒷목문학회는

충북지역 중견·원로 문인들이 모인 뒷목문학회는 1980년 3월 1일 창립됐다. ‘뒷목’은 타작할 때 북데기에 섞여 남거나 마당에 흩어져 남은 찌꺼기 곡식이라는 의미다. ‘뒷목’타작으로 찌꺼기 곡식이나마 거두어 지역문학을 일으키는 ‘불티’가 되자는 정신을 담았다.

매년 동인지 ‘뒷목문학’을 발간하고, 여성문인들을 위한 ‘충북여성문학상’을 제정, 시행함으로써 지역 문단을 기름지게 일궈나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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