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징계와 함께 검토해야”…사실상 탄핵 공감
찬반 놓고 첨예한 논의 벌여…20일 오전 대법원장에 전달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 전국 법관대표들이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법관에게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법관 탄핵소추’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에 대해 논의한 뒤 이 같은 의견을 의결했다.

법관회의는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라는 입장문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총 105명의 대표판사들이 논의에 참여해 절반 이상이 결의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초 논의할 예정이었던 법관 탄핵소추에 대한 대표판사들의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거나 촉구하는 방안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채택되지 못했다.

동료 판사들에 대한 탄핵 문제를 다루는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회의에서는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회의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오래 논의를 했고 어느 한 의견이 압도적인 방향으로 의결되지는 않았다”며 “반대하는 대표 판사들의 주장과 근거도 설득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안건은 권형관 판사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법원내부통신망 등을 통해 대표판사들에게 안건 발의를 요청하며 공론화됐다. 이어 대표판사 12명이 동의하면서 이날 회의에서 현장 발의됐다.

법관회의는 의결된 사항을 20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다.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로 구성된 법관회의는 대법원장 ‘자문기구’여서 이번 결의안 가결의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법관회의가 일선 판사들의 여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결의안 통과로 국회의 후속조치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법관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가 가능하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판사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탄핵소추 요건을 정하고 있다. 이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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