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와 감사결과 실명 발표 문제로 촉발된 유치원 관련 정책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따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부가 도입한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신청·추첨·등록을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그런데 유치원 관계자들이 참여를 기피하고 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마침내 충북도교육감까지 직권남용으로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단순 입학관리시스템 도입이지만 유치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불만족하다는 입장을 넘어 극렬 반대라는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 기능인 유치원 입학신청·추첨·등록을 온라인으로 하겠다는 방침에 반대하는 이유도 궁금할 따름이다.

시행 초기 문제점이 발생할 경우 수정과 보완을 거쳐 영유아를 둔 부모와 유치원 운영자, 교육 당국이 제도 개선을 진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원장을 포함해 유치원 교사들까지 동원돼 충북도교육청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사립유치원 통학차량 운영비 전액 삭감과 원장 기본급 보조 지급 제외, 특정감사 실시, 학급운영비 전액 삭감 등 여러 종류의 행·재정적 제재를 예고했다.

이 같은 제재의 틀 속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참여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며 법적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혹여 입학관리시스템을 넘어 운영관리시스템까지 교육 당국이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불신이 깔려 있다.

교육 당국은 관련법령에 비춰볼 때 도교육감 조처는 재량권 범위 내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니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결국 유치원에 지원해주는 보조금과 교육 당국의 깐깐한 관리감독 문제로 대립 양상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갑론을박’ 공방이 거세지고 있는 한 가운데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 때 내 자식을 유치원에 못 보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중시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만이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원칙과 공정 앞에서는 어떤 주장도 무력해진다는 점을 교육 당국과 유치원 관계자들이 잘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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