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충북진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이선영 장학사(충북진천교육지원청)
이선영 장학사(충북진천교육지원청)

 

(동양일보)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 앤절라 더크워스는 자신의 책 「그릿(GRIT)」에서 우리가 성공하려면 재능이나 IQ, 환경보다는‘열정과 끈기’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힘을 ‘그릿’, 즉‘목표를 성취해내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릿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라는 저자의 단순명쾌한 주장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 책은 한동안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15년 전, 충주의 작은 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의욕이 앞선 신규교사는 우리반이 체육대회도 1등, 기말고사도 1등, 하물며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도 1등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바람과 다른 현실의 탓을 아이들에게 돌리며 관계가 소원해져가던 중, 한 아이가 과학대회에 나가겠다며 엉뚱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

‘스티커는 왜 스프레이 살충제로 잘 떨어지죠?’, ‘나팔꽃은 왜 아침이랑 저녁에 색이 달라져요?’이렇게 이 아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인터넷 검색이 지금과 같지 않던 그때, 답을 얻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때로는 반 전체가 함께 고민했다. 새벽 4시에 아이들과 학교 화단에서 만나 꽃잎 색을 체크하고, 한겨울에 나팔꽃을 피우겠다고 교실전체를 온실로 만들기도 했다. 일주일을 기다린 실험의 결과는 번번이 예상과 빗나가기 일쑤였으며, 교실은 늘 시끄럽고 지저분했다. 여전히 기말시험에 1등은 못했지만, 아픈 친구 문병은 한명도 빠지지 않고 같이 가는 반이 되었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 4년을 함께 지냈다.

누군가가 나에게 교사로서 당신만의 ‘그릿’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초임지에서의 4년, 아이들과 함께 한 관계 속의 배움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는 시간, 부딪히고 깨지는 실패의 경험과 간혹 찾아오는 작은 성공의 기쁨은 교사로서 나를 성장케 하는 그릿이 되어주었다.

수능이 끝났다. 꽃길만을 바라는 수험생들의 바람과는 달리 어메이징한 경험과 예상치 못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모두가 바라는 성공의 열쇠인‘그릿’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이다. 적극적으로 삶에 뛰어들고 도전적인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그 시간이 바로 나만의‘그릿’을 탐색하는 과정인 것이다.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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