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김영이 동양일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 2014년 7월1일은 통합청주시가 출범한 날이다. 이날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출범식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역출신 국회의원, 도지사, 교육감, 시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시종 충북지사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을 영접하고 식장에 들어선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황당했다.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빈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앞줄 맨 귀퉁이에 가서 앉았다.

통합청주시의회 초대의장으로 선출된 김병국 의장도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 의회 의장은 지방행정의 한 축으로 관행상 시장 옆에 앉는다. 그러나 그의 자리는 뒤쪽에 마련돼 멀찌감치 뒤에서 출범식을 지켜봐야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라고는 하지만 행사의 성격과 참석자들의 지위. 역할 등을 고려한 좌석배치가 돼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주변에 예우를 둘러싼 신경전은 늘 있어 왔다. 비근한 예로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 의전을 놓고 벌어진 기관간의 마찰을 빼놓을 수 없다.

거슬러 올라가 2013년 10월4일 94회 전국체전선수단 결단식 자리. 도교육청에선 학생선수들이 주축이니 도의장보다 교육감을 먼저 소개해 달라고 충북체육회에 부탁했다. 하지만 도체육회는 원칙을 흔들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교육청은 교육감 대신 부교육감을, 선수들은 일반학교 선수들을 빼고 충북체육고 선수단만 참석시키는 오기를 부렸다.

정부 의전 기준은 도지사-도의장-교육감 순이다. 도지사는 도정 전반을 책임지고, 도의장은 대의기관장으로서 도정을 견제 감시하고, 교육감은 교육이라는 한 부분을 책임지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교육청에서는 행사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도지사-교육감-도의장 순을 요구했다. 또 교육청은 어느 행사에 지사 대신 행정부지사가 참석한다고 하자 교육감을 먼저 소개해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교육국장을 보낸 일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쩜 이렇게 찌질했을까 헛웃음이 나온다.

지금은 의전을 놓고 도청과 도의회, 도교육청이 갈등을 빚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유는 김병우 교육감이 도지사를 해 보겠다는 야심도 없고 애프터 유(After you·당신 먼저)를 중시하는 스타일 때문으로 주변에선 본다.

민선7기 들어 각종 행사시 의전간소화와 행사 참석 줄이기가 화두다. 청주시는 기공식, 준공식, 개관식 등 형식적인 행사를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하기로 했다. 대회사를 제외한 축사도 없애거나 간소화할 계획이다. 내빈소개도 일일이 한명씩 하지 않고 전광판 등을 통해 일괄적으로 알리고 부득이한 경우 초청 내빈들이 단상에 한꺼번에 올라가 간략하게 인사말 하는 정도로 할 계획이다.

내빈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자율좌석제도 도입된다. 지정좌석은 축사 내빈이나 수상자로 한정하고 시장과 시의회의장 좌석은 중간에 배치한다. 대신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는 앞쪽에 좌석을 마련해 준다.

폭죽 터뜨리기 등 전시성 이벤트를 자제하고 유명 연예인 초청이나 호화 무대도 지양하는 한편 초청인사도 행사와 관련 있는 기관단체장, 해당지역 출신 시의원으로 한정하고 행사와 관련 없는 시민동원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시장의 행사 참석을 대폭 줄이고 대신 구청장과 읍·면·동장에게 그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구청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내려 주기로 했다. 지난 9월초 오창호수공원에서 열린 걷기대회 출발식에서 사회자가 시장과 읍장은 소개하면서 정작 구청장은 빼놓자 단상에 오른 한범덕 시장이 “아주 중요한 분의 소개가 안됐다”며 서강덕 청원구청장을 특별히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이 과연 임기 초반의 결기를 계속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2010년 충북시장·군수협의회에서 당시 회장이던 한범덕 시장이 단체장 참석 행사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통과되지 못한 기억이 있어서다. 주민들의 행사 참석 요구를 거절했다가 다음 선거때 당할 ‘봉변’을 두려워한 일부 단체장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젠 의전 간소화와 행사 선별 참석은 단체장 자신과 주민을 위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평일이나 휴일 행사에 얽매이다 보면 지역발전을 구상할 시간이 없다. 실패 맛을 본 한범덕 시장, 이번엔 권토중래(捲土重來)해 다른 단체장에게 본보기가 돼 줘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