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도대체 이런 문제를 왜 풀라고 하는거야?

“이게 국어 문제야, 물리학 문제야”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를 직접 풀고 나온 수험생은 물론 밖에서 응원한 학부모, 학생들을 가르친 학교 교사들과 학원 등의 입시 전문가들 입에서는 장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31번 문제를 비롯해 고난도 문항이 많았던 국어는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이 작년보다 10점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전문가들 견해다.

심지어 물리학 전문가들은 “문제의 질문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지문을 몰라도 만유인력이 뭔지만 알면 답을 고를 수 있다”며 “이것이 과연 국어 영역 문제로 적절하냐”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문제도 어려웠던데다 출제영역 조차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는 견해인 것이다.

수능 이틀 후 서울 상위권 대학생들이 올해 수능 문제를 풀어본 한 행사에서 국어가 평균 4등급, 영어가 3등급이었다고 한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비롯해 교육계 안팎에서 "수능 난이도 조절은 신(神)의 영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능 난이도는 맞추기 어렵다. "물수능보다는 불수능이 차라리 낫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한다. '킬러문항'으로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갖출수 있다는 견해도 있기는 하다.

또한 대학들이 이렇다 할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내신 불신도 깊은 상황에서 시빗거리가 없는 전형요소는 수능뿐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불수능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좌절감을 주고 성적지상주의, 줄 세우기를 부추길 것이다. 공교육 대신 사교육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수능이라는게 성적 위주의 정형화한 인재 대신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수능이 대입에서 자격고사 정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함부로 폐기할 것은 아닌 듯 하다.

다만 대학에 조금 더 재량권을 부여하고, 대학도 창의적 인재를 골라내는 노하우를 갖춰나가야 한다. 문제풀이식 지식 쌓기에만 익숙해진 인재만 키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지금도 사회 각 분야에서 매일 보고 있다.

인성이 사라진 전문가 집단, 부패와 권력만 좇는 고위 관료들, 돈 앞에 정의를 버리는 고급 두뇌들.

이래가지고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은 어렵다. 창의와 인성을 두루 갖춘 동량을 길러내낼수 있는 수능과 입시정책을 만들기 위해 더 머리를 싸매고 혜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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