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원/ 신성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동양일보)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부자'에 관한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싸가지 없는 부자들의 갑질에 관한 것이다. 한때 '부자되기 열풍'이 불어 이들에 관한 책이 서점가를 도배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무임승차한 재벌2세 또는 3세들의 시대를 역행하는 갑질과 자수성가는 했으나 동물적 속성에 집착하는 신흥갑부들의 어처구니없는 만행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일단 부자가 되면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스럽게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 또한 기회도 많이 생기고 여유를 가지고 자기 멋대로 세상을 살 수 있다.

얼마 전 부자들의 삶에 빠져보는 간접경험을 하였다. 자수성가한 알부자 100명의 삶에 대한 책을 보면서 한국에서 부자는 ‘부동산투자’를 하지 않고는 될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철저하게 일그러지고 왜곡된 한국식 자본주의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러한 부자들의 삶에서 배워야 할 긍정적인 요소도 많았다.

먼저, 부자들은 성격적으로 낙천적이고 신념이 강하며 인내심이 많았다. 대부분 도전정신이 강하며 부지런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무엇이 돈되는 것인가를 귀신같이 알고 돈 붙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세금을 아낄 줄도 알았다. 돈이 들어오면 잘 쓰지 않고 맞벌이를 하고 있거나 했던 경우가 많았다. 물건을 살 때도 필요 없는 것은 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이라면 싸게 사며 품위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은 적절한 범위 안에서 구입하였다. 생활 자체가 철저하게 장사 속으로 이루어진다. 이윤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항과 본인의 생활이 부합할 경우 이미 부자이거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부자들은 무자비한 경우가 많고 같은 부자끼리 어울리려고 하며 생각보다 째째한 경우도 많다. 또한 지나치게 타산적이기 때문에 인정이 없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보니 존경받는 경우는 드물다. 간혹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부자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사회적 품위를 지키기보다는 탈세와 불법 그리고 비리에 연루되어 추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자들이 존경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첫째,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자들은 대개 사업이나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거만한 독재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산을 쌓은 원천이 사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대를 이어 부자가 될 수 있다.

둘째, 사람들을 대할 때 진심으로 대해주어야 한다. 거짓과 위선으로 치장하면 잠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최근 고발되는 부자들의 부끄러운 초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진심은 진심으로 통한다. 진정한 마음으로 사실에 근거하여 행동할 때 존경은 저절로 따라 온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제반 의무에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사회지도층인사들 중 권리만을 챙기고 의무에는 소홀한 염치없는 영혼(?)들이 있다. 사실 이들은 사회적 미숙아들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한 약속을 지켜나가는 성숙한 행동과 묵묵한 의무수행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존경을 자아낼 수 있다.

사실 부자가 아닌 범부가 부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많은 범인들은 이런 부자들을 존경한다. 하지만 부자들은 이전과 같은 행태를 보이고 제멋대로 살고 싶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나 기대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그런 사회에서 부자는 오래 가지 못했다. 우리사회는 언제쯤 대를 이어 존경받는 부자가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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