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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김장, 그 이상의 행복
동양에세이/ 김장, 그 이상의 행복
  • 동양일보
  • 승인 2018.11.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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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식 충북도여성정책1팀장
 
강창식 <충북도여성정책1팀장>
강창식 <충북도여성정책1팀장>

 

올 김장을 기분 좋게 마쳤다. 식구가 넷이라 단출해서 배추 스무 포기 조금 넘게 했다. 식구와 형제 많은 집들은 한 접, 그러니까 배추 100포기 넘게 하기도 하고 김장김치를 고집하는 큰 음식점들은 대여섯 접은 보통이다. 또 다음 달이 되면 홀몸 어르신이나 불우계층을 위한 대대적인 김장담그기 행사도 빠지질 않을 것이다.

요즘 김장 안하는 집들이 꽤 늘었다지만 아직도 해마다 요맘때면 김장들 하느라 구슬땀을 아끼지 않는다. 20~30년 전만 해도 겨울을 나려면 김장은 필수였다. 쌀과 김장 김치는 겨울을 나는 가장 중요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김장김치 맛은 여느 때 담근 김치가 도무지 쫓아가질 못 한다. 아삭아삭 새콤 매콤한 맛도 그렇거니와 김장 김치는 오래 묵을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져 한국 사람이라면 최고로 쳐 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김장하는 날은 특별하다. 동네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아주머니들이 함께 하거나 형제들이 모여서 김장 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날을 정해 모인다.

전날 소금에 절인 배추에다 고춧가루, 파, 마늘, 젓갈과 같은 온갖 재료를 놓고 버무린 양념을 배춧속에 속속 집어넣어 김치통에 정성껏 담아 가지런히 쌓아 놓으면 끝이다. 요새는 절인 배추도 사다 쓸 수 있고, 고무장갑, 김치통을 비롯해 편히 김장을 돕는 기구들이 개발되어 예전에 견줘 김장이 편해졌다고 하지만 김장은 여전히 번거롭고 성가신 일임에 틀림없다.

김장의 꽃은 역시 뒤풀이다.

보통 돼지고기를 사다가 수육을 삶아 내오고 절임 겉절이를 싸서 먹는 맛은 참 일품이다. 김장의 고단함을 푸는 막걸리 한사발이나 소주 한잔도 빠질 수 없다. 뒤풀이에는 코흘리개 어린아이까지 모여든다. 이웃과 온 식구가 함께 한다. 김치 맛도 실컷 보고 허기진 배는 수육으로 든든히 채우면서 일종의 끈끈한 가족애와 이웃 간의 정을 새삼 느끼며 부자가 된 듯 기분이 삼삼해진다. 그러면 행복이 뭐 별개인가 싶으면서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때때로 우리는 욕망과 욕구를 혼동하며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욕구란 무엇일까? 우리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욕구는 숨 쉬려는 욕구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공기가 필요하다. 순간순간 우리는 숨 쉬려는 욕구를 느끼고 있으며, 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불안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그 때 죽음이 우리에게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식욕은 중요한 욕구 중 하나이다. 배가 고플 때 처음에는 위의 빈곳을 채우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 어떤 대상, 즉 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욕구가 일단 채워지면, 우리는 즉시 좀 더 좋고 맛있는 것을 바라게 되고, 요리를 주문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하려는 욕망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상에 둘러앉아서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다. 먹으려는 욕구 이상으로 우리는 생각의 밥을 같이 나누고, 감정의 술을 같이 나누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은 다른 사람과 정신을 함께 나누는 만남이랄 수 있다.

결국 욕망은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행복을 찾는 열쇠이기도 하다. 김장은 단순히 김장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김장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며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중요한 수단이다. 김장 너머에 있는 행복을 찾고 바라볼 줄 알게 된다. 돈으로 슈퍼마켓에 가서 김치를 사 먹거나 이웃이 한 김치를 사다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너머 행복은 살 수 없다. 김장은 소통이다. 내가 가진 것으로 이웃과 나눔으로써 일어나는 시너지효과를 일으킨다. 행복이다. 김장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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