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동양일보) 이 지면을 통하여 ‘폭력은 형이하학적 만행이므로 인간사회에서는 결코 존재케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누차 주장한 바 있다. 폭력근절이야말로 국정 최우선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는 ‘마이동풍’ 및 ‘소귀에 경 읽기’가 되고 있다. 폭력은 조직폭력, 사회폭력, 직장폭력(직장 갑질 포함) 등을 넘어 학교폭력, 데이트 폭력 등으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혈연공동체인 가정에까지 뻗치고 있다.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 A씨는 국민청원을 통하여 “엄마를 살해한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로 절규하였고 지난 10월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30분간 출석하여 “엄마는 아빠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눈을 못 뜰 정도였으며 입은 부어 말을 못하는 상태였었다. 그리고는 자식들을 손을 묶은 채로 때렸다. 그런데도 보복이 두려워 선뜻 신고를 하지 못했었다. 가정 폭력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유가족을 돌봐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마련되길 원한다”고 호소하였다.

갖가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정없이 매질하는 악성조직폭력, 단지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하여 주먹을 휘두르고 휴지를 줍고 있는 노쇠한 할머니를 아무런 이유 없이 구타하는 정글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폭력, 사비로 산 미니선풍기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입술이 터지도록 구타당했고 잘못된 색상의 옷을 입고 왔다하여 골프채로 폭행당하며 외모나 학벌이 맘에 들지 않는다하여 비아냥의 대상이 되는 등의 직장 갑질(사람을 바늘로 찔러 죽이는 일과 같은 잔인한 행위로 73%가 경험), 가장 인격적이어야 할 배움의 동산인 학교에서 약한 급우를 상대로 금품을 강탈하거나 집단구타를 자행하는 학교폭력,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며 영원토록 사랑하기로 약속한 연인을 향하여 무지막지하게 완력을 사용하는 데이트 폭력 등에 그치지 않고 천륜으로 맺어진 가정에까지 뻗치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존귀한 존재라는 말은 교과서용일 뿐 인간들은 양육강식의 밀림 속에서도 볼 수 없는 인권유린적인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험악하고 황량한 세상이고 사회이다. 국가와 사회는 이구동성으로 ‘야만적인 폭력행동’은 근절되어야 하고 반드시 그러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지만 면피용 발언에 그칠 뿐 폭력은 독버섯처럼 자라면서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목숨처럼 소중한 자녀에게까지 무자비한 폭력행동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데도 국가와 사회는 무사태평이다. 그럼으로써 국민들은 ‘국가는 무엇을 위하여 존재하는가’라는 국가존재가치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실망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인간이 인간에게 주먹질을 비롯하여 폭력을 쓰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비인간 행위이다. 있어서는 아니 되는 비행이다.

국가는 더 이상 폭력이 횡행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폭력근절에 나서야 한다. 국가 제일의 임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그렇기에 국가는 신체적, 정신적, 물리적 안전제일주의를 내세우고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이 중에서도 신체폭행과 가혹행위 등은 절대금지 사항이어야 한다. 위해는 말할 것도 없고 폭언과 괴롭힘도 추방되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신체 및 정신 학대행위도 용납해서는 아니 된다. 공공의 적으로 삼고 단호히 응징하여야 한다.

이렇게 될 수 있기 위해서는 폭력방지법부터 제대로 구비하고 엄격하게 적용되게 하여야 한다. 법의 정비 및 강화는 물론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비롯하여 미비된 것의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폭력의 범위를 넓게 정의하고 빈틈없이 적용하여야 한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없이, 평등하고 공정하며 형평에 맞게 집행되게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법과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여야 한다. 법과 사람이 따로 존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민 모두로 하여금 폭력은 내용이나 형태를 막론하고 몰인격적, 비인간적, 야만적인 행동이고 범죄행위임을 인식하게 하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사용할 수 없게 하여야 한다. 고귀한 존재이고 사랑의 대상인 인간을 물리적인 수단이나 주먹 등으로 구타 내지 학대하는 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특히 무한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자녀들에게의 반윤리적이고 인권유린적인 폭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폭력의 끝은 자멸이고 패망이다. 국가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죽게 한다. 국가의 공권력은 살아 있고 건재하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폭력을 근절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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